"중앙선을 넘었다, 그리고 다시 야구로 넘어왔다"

조선일보
  • 강호철 기자
    입력 2011.12.27 03:06

    김진욱 두산 감독, 롤러코스터 같았던 인생을 말하다
    10승 투수, 부상에 울다 - 선동열과 맞대결서 2승1무
    연습경기 중 사타구니 부상… 에이스로 발돋움할 기회 놓쳐
    3년간 외도, 다시 야구로 - 은퇴 후 형님 일식집 운영
    교통사고 후 지도자 길 걸어… 1군 감독 맡았으니 목표는 우승

    올해 5위에 그치며 5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산이 시즌 도중 전격 사퇴한 김경문 감독의 후임으로 김진욱(51) 당시 1군 투수 코치를 선임했을 때 야구인들은 깜짝 놀랐다. 선동열 현 KIA 감독 등 잔뼈가 굵은 '스타 감독'들이 두산의 새로운 사령탑 물망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팬들 사이에선 "김진욱이 도대체 누구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OB 현역 시절 사이드암 투수였던 김 감독은 세 차례나 10승 고지를 넘어섰지만, 잇단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3년간 대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다 아마야구 지도자로 다시 야구계에 복귀했고, 2007년부터 두산에서 쭉 2군 코치를 맡다가 올해 6월 1군 투수코치가 됐다. 지난주 잠실야구장에서 김 감독을 만나 그의 파란만장했던 과거를 들어봤다.

    부상에 운 '선동열 킬러'

    김 감독은 현역 때 '태양(선동열) 잡는 곰'이었다. 선동열 현 KIA 감독과 세 차례 선발 맞대결을 벌여 2승 1무를 기록했다. 1대1 연장 15회 무승부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에이스로 발돋움하려던 그의 미래를 가로막은 것은 부상이었다.

    잠실야구장 내 실내훈련장에서 만난 김진욱 두산 감독은 "어렸을 때 사주처럼 남을 가르치는 '훈장'이 내 운명이었던 것같다"며 "선수들과 소통하는 삼촌 리더십을 잘 발휘해 두산을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당시 롯데와의 개막전 선발로 내정됐던 그는 경기 전날 연습 도중 타구에 사타구니 부위를 맞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호텔 숙소에 누워 대신 선발로 나선 장호연이 노히트노런 기록을 수립하는 것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수술받고 퇴원한 뒤 곧바로 하프피칭을 했어요. 욕심이 지나쳐 계속 던졌는데 80개가 넘어가니 어깨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차 싶었어요."

    그는 또 이천 재활 훈련장에서 늘 단체 훈련 후 혼자 남아 두 발에 모래주머니를 두 개씩 차고 전력질주를 하다가 무릎까지 다쳤다. 김진욱 감독이 취임 때 선수들에게 "죽을 만큼 연습해라. 대신 절대 아프지 말라"고 당부한 것도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일식집 운영자로 3년"

    1989년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탄 김진욱 감독은 1993년 쌍방울에서 유니폼을 벗었다. 통산 성적은 53승71패16세이브, 평균 자책점 3.68. 주위 권유로 대만 야구에 도전했지만 6개월 동안 공도 제대로 못 던지고 돌아왔다. 그는 귀국 후 대전에서 친형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일했다. 종업원이 26명에 3개 층을 사용한 꽤 큰 음식점이었다. 3년 동안 하루에 2~3시간만 잤다. 당시 중학교 스승인 한화 김진경 단장이 코치 권유를 했지만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져 야구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1997년에 직접 충무까지 내려가 음식재료를 3t 트럭에 싣고 돌아오다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반대편 봉고차를 들이받는 큰 사고를 낸 게 다시 운명을 바꿔놨다.

    "당시 돈으로도 10억원 가까이 깨졌어요. 보험을 바꾸려던 도중이라 무보험 상태였어요. 눈 감고 운전해도 훤한 길이었는데…. 그것도 야구로 돌아가라는 계시였을까요?"

    김 감독은 퇴원 후 일식집 일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한 후배가 "아마추어 지도자 자격증을 따 보라"며 대신 연수 신청을 해주는 바람에 다시 야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

    내 운명은 '훈장'

    김 감독은 "어렸을 때 사주를 봤더니 '훈장'이라고 나왔다"며 "그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진짜 누굴 가르치는 게 내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1998년 분당중앙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구리 인창고 창단 감독을 맡았다가 2007년 2월 선수생활을 함께한 김경문 감독(현 NC다이노스)의 요청으로 두산 2군 코치로 옮겼다. 그의 지도를 받은 두산 선수들은 '자상스럽고 부드러워 형님 같은 분' '인품은 따라갈 사람이 없는 분'으로 평가한다.

    "김승영 사장이 전화를 걸어 1군 감독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정말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했습니다. 원래 2군 감독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김 감독은 "2군과는 달리 1군은 우승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내가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을 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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