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차기 지도자 김정은을 사이에 두고 장성택, 김설송, 김정남 등 3명의 친인척 간에 본격적인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일 '김정일 사망, 세 계파 간 권력투쟁 시작'이란 기사에서 김정은의 경험 부족으로 인해 김정은 주변의 노련한 수완가들이 입지를 강화할 여지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세 계파란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국방위 부위원장인 장성택(65), 배다른 형 김정남(40), 이복누나인 김설송(36)을 말한다. 일종의 궁중암투인 셈이다.
영국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수석 연구자인 케리 브라운은 "전지전능한 권력을 쥘 것으로 예상됐던 김정은 입장에서 이같은 상황은 아버지 김정일도 원하지 않았던 승계구도"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인물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이다. 브라운은 "김정은 정권 초기에는 장성택이 섭정을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그동안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정일의 첫째딸 김설송을 권력투쟁의 한 축으로 소개했다. 김설송은 김정일의 신변 호위와 일정 등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도 당 선전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도 김정은 휘하에서 영향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지난 2001년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것을 계기로 김정일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8년 김정일이 쓰러졌을 때 의사를 부르고 김정일을 대신해 외국 귀빈들을 영접하는 등 조금씩 신뢰를 회복하려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