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조문단은 보내지 않기로 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회장의 유족에 대해서는 북측 조문(과거 북측이 김 전 대통령과 정 회장 타계 때 조문단을 보내온 것)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과 참여연대·진보연대 같은 좌파단체들은 조의 또는 애도를 표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조문단 파견을 주장했고, 한나라당에선 조문단 파견에 찬반 의견이 갈려 있다.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해 공식 조의를 표명하는 데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의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어내려면 조의 표명으로 꽉 막힌 남북 대화를 뚫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는 고심의 선택으로 느껴진다. 조의 내용도 김 위원장에 대한 애도라기보다는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유족들의 조문도 국민감정을 의식해 답례(答禮) 형식으로 허용했다.

정부가 공식으로 조의 표명을 한 마당에 정당들과 민간단체의 조의 표명도 막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상식의 원칙은 있다. 조의 성명을 냈거나 조문을 주장하는 좌파 대부분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爆沈)이나 연평도 포격 때 희생된 사람들 죽음에 조문하고 분향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선 야당 정치인 가운데 평택의 천안함 분향소를 찾아가 진정으로 애도했던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좌파 단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참여연대는 5개국 82명 전문가들이 바다에서 북한제 어뢰 프로펠러를 건져냈는데도 '천안함 조사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보냈던 단체다.

만일 야당과 좌파 단체들이 애도 성명 수준을 넘어 분향소를 설치한다든가 조문단 파견을 시도할 경우 우파 단체들이 김 위원장의 죄상(罪狀)을 거론하면서 수습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종북(從北) 단체인 범민련은 판문점을 통해 조문단 파견을 시도했고, 당국이 한총련이 대학 내에 설치한 분향소를 뜯어내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영해에서 우리 군함이 북한 공격으로 두 동강 나서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그 영정(影幀) 앞에서 묵념을 올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북한 국방위원장이 죽었다고 거기 가서 엎드려 조문하자고 나서는 것은 이념이 어떻다 하기 이전에 기본 양식을 따져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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