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1994년 6월 당시 김일성 주석은 방북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핵 사찰단 허용" 등 북핵 문제를 협상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그리고 20여일 뒤 사망했다. 김정일도 최근 미국 측과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중단 등 핵 문제 합의를 시도했다. 6자회담 재개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돼 왔으나 김 위원장은 갑자기 사망했다. 외국 조문을 받지 않겠다는 점, '정오 특별 방송'이란 방식으로 사망 사실을 밝힌 것도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사망 원인이 똑같다. 1994년 당시 북한 매체는 "(김일성은)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심장 쇼크가 합병되어 사망하시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김정일은)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심장성 쇼크가 합병되었다"고 타전했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심근경색' 원인으로 똑같이 "겹쌓인 과로"라는 표현을 썼다.
심근경색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생기는 병이다. 주로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지다가 막혀서 생긴다. 이 때문에 심장 근육이 기능을 잃고, 심박동이 불규칙해진다. 그러다 심장이 '부르르~' 떠는 부정맥이 생기고, 결국 박동이 멈추는 심장 쇼크 상태가 된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할 때도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증과 심장 쇼크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는 "관상동맥 세 줄기 중 가장 큰 줄기가 갑자기 넓게 막히면 짧은 시간에 심장마비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며 "전기충격기를 사용해도 심장 기능을 소생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그의 심근경색증 발생은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08년 김정일은 오른쪽 뇌에 뇌경색이 발생했다. 이 또한 뇌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져 발생한다. 김 위원장은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아왔다. 당뇨병은 동맥에 동맥경화를 대거 촉발시켜 각종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그런 현상이 뇌에 생기면 뇌경색이고, 심장에 생기면 심근경색증이다. 흡연은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 요인이다. 김정일은 뇌경색 발생 이후 한동안 금연했다가 병세가 호전되면서 최근 다시 담배에 손을 대는 장면이 TV에 잡히기도 했다. 김일성도 흡연했다.
김정일의 심장병은 김일성으로부터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고 볼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 병원에 가서 의료 기술을 전수한 국내 한 의대 교수는, 북한 최고위층이 이용하는 평양의과대학병원에는 "장군님의 심장을 지키자!"는 구호가 곳곳에 크게 붙어 있었다고 한다. 북한 의료진도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의 심장병 발생이 우려된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