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일의 사인(死因)을 '중증급성심근경색과 심장성 쇼크의 합병'이라고 발표하면서 "병리해부검사에서 질병의 진단이 완전히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실제 이뤄졌는지 확실친 않지만 병리해부검사는 우리의 '부검(剖檢)'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측은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때도 병리해부검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고 내부 권력다툼이 치열했던 구(舊)소련의 레닌과 스탈린 사후에도 부검은 이뤄졌다.
북측의 발표에 따르면, 김정일은 17일 '달리는 야전렬차' 안에서 쓰러졌고 그 즉시 '구급치료대책'을 세웠지만 17일 오전 8시 30분에 사망했다. 그리고 부검은 다음날인 18일 이뤄졌다는 것이다. '열차'라는 예상치 못한 공간이긴 하지만 김정일은 수십년간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면서 국가적 건강관리를 받아왔다. 부검을 통해 자연사임을 확정하지 않으면 '독살설' 같은 '타살(他殺) 음모론'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도 아버지의 시신을 부검해 결과를 공개했음에도 '치료 지연을 통한 간접살해' 같은 타살 의혹을 받았다. 이번에 부검을 통해 김정일에 대한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검증됐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아직 권력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후계자 김정은으로서도 북한 사회의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김정일 사망의 합법적 근거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과 그를 둘러싼 군부세력들은 부검을 통해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후계체제의 정통성이 흔들리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망 사실과 함께 부검 사실도 함께 밝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