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을 "위대한 영도자", "위대한 계승자" 등으로 표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 진두에는 김정은 동지께서 서 계신다"며 김정은이 새 지도자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캠벨 "김정은 체제 오래 못갈 것"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군대와 인민의 목소리를 동원, 군민이 김정은의 영도를 받들 것을 맹세했다고 전했다. 내각에 근무한다는 허성철(55)은 "김정은 동지께서 계시어 우리 혁명은 오늘도, 내일도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김정은을 띄우는 것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권력과 민심의 우려와 혼란을 막고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그러나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은 작년 9월 당대표자회에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으며 공식 등장했다. 후계자 수업을 받은 기간이 1년 3개월에 불과하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김정일의 후광 속에서만 활동했지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한 탈북자는 "김정일은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북한을 물려받았지만, 김정은은 빈털터리가 된 북한을 갑자기 떠안은 모양새"라고 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19일 "작년 2월 만났던 커트 캠벨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김정은 체제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캠벨 차관보는 "김정은은 뿌리가 없다. 김정일은 김일성 생전에 상당 기간 후계 교육을 받았지만 김정은은 엊그제 후계자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과거 왕조시대를 봐도 장기 집권했던 왕이 갑자기 사망하고 세자가 어릴 경우, 권력 승계가 순탄치 않았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면 중국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김정일 사망 이틀 만에 관련 사실을 보도한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라며 "중국·미국 모두 북한의 급격한 변동을 원하지 않는 한 당분간 큰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택, 막후서 실권행사할 가능성

이에 따라 김정은 고모부인 장성택의 역할을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장성택은 김정일 건강 이상 이후 비상정국을 수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2004년 숙청됐던 그의 측근들은 작년 당대표자회 등을 거치면서 속속 복귀했다.

또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으로 공안·사법기관을 총괄하고 있어 권력층 내 지지세력 확대와 반대파 감시에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군(軍) 차수였던 친형 장성우(사망) 덕분에 군부 실력자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정부 소식통은 "장성택을 '김정은 후견인'으로 분류하는 견해가 많지만, 조카 단종을 몰아냈던 수양대군의 사례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이날 "앞으로 3년이 고비"라고 했다. 유교 전통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김정일 3년상(喪)' 기간에 쿠데타 등으로 권력을 잡을 경우, 그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도 김일성 사후 3년 동안 '유훈통치'를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분간은 '로열 패밀리'와 군부를 중심으로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경제난이 계속되고 김정은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일 건강 이상 이후 영향력을 키워온 북한 군부의 움직임이 '김씨 왕조' 운명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과 가까운 신(新)군부 세력이 최근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했다"며 "기존 군부 세력과 신군부와의 마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 핵심 지도부는 모두 '특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김정은을 도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