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아시아 순방에서 "미국은 태평양에 안보적 지분이 있는 국가"임을 천명한 이후 '중국 포위망'의 그림이 하나둘씩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조너선 그리너트 미 해군참모총장은 17일(현지 시각) 미 해군연구소(USNI)가 발행하는 월간지 '프로시딩스' 최근호 기고문에서 "최신 연안전투함(LCS) 여러 척을 싱가포르에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싱가포르에 군함 주둔을 추진한다는 얘기는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부 나왔지만, 책임 있는 미군 고위 관계자가 공식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그리너트 참모총장은 중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원을 신중하게 활용하면서 해상 자유에 대한 점증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해상 자유에 대한 우려'는 미국이 그동안 중국의 해군력 확대 움직임을 견제할 때 줄곧 써온 표현이다.

미국이 싱가포르에 배치할 전투함은 최신예 스텔스함인 '인디펜던스'호로 알려졌다. 대당 가격이 4억2000만달러(약 4400억원)인 인디펜던스호는 헬리콥터 3대를 탑재하고 연안 전투 및 대잠수함 전투, 기뢰 제거, 정찰 활동을 펼칠 수 있으며, 대형 함정보다 항속이 20% 이상 빠르다. 또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아 항공모함까지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필리핀태국에도 군사력을 확대 배치할 계획이다. 그리너트 참모총장은 "이 국가들에 대잠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비롯해 전투기 배치를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P-8A 포세이돈은 미군의 차세대 해상초계기로 방대한 지역·해상 및 연안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으며, 장거리 대잠 및 대함, 정보·감시·정찰이 주임무다. 적 함정 공격을 위한 하푼 대함 미사일과 육상 표적 공격이 가능한 최신형 대지 미사일도 탑재된다.

미국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 다윈의 로버트슨 해군기지에 향후 해병을 2500명 주둔시키고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정례화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다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일본이 점령했던 태평양의 섬들을 되찾을 때 핵심 기지로 사용한 군사적 요충지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한국·일본의 해군기지를 사용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는 F-16 전투기 24대를 판매하기로 했고, 대만과도 F-16 전투기 성능 개량 합의를 했다. 중국의 활동범위인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은 이 같은 중국 포위망의 밀도를 높이면서도 '국방 예산 감축'을 고려, 동맹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너트 참모총장도 "해외 작전 기지를 신설하는 데 드는 재정·외교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므로 해군 함대는 주둔국 항구와 시설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