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에서 "일생 동안 노력하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 10명 중 6명(58.8%)이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은 28.8%였다. "자녀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답변이 42.9%로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 41.7%보다 많았다.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중간층'이라는 답변이 52.8%, '하류층'이라는 응답이 45.3%였다. 1988년 이후 중간층이란 답변은 최저(最低), 하류층이란 답변은 최고(最高)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이 스스로를 사회의 밑바닥이라고 여기고,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노력해도 지금의 빈곤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고, 자식 대(代)에서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으리라고 절망하는 사람이 40%나 되는 사회가 언젠가 마주칠 운명은 어떤 모습일까. 등에 소름이 돋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최상위 소득 10% 계층의 자산은 국내 총자산의 46% 정도다. 미국은 그 비율이 71%이고, 유럽 복지국가의 모범생이라는 스웨덴도 58%로 우리보다 높다. 재산 소유 불평등 정도는 선진국에 비해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은 한국이 선진국보다 훨씬 불평등하고 계층 상승 통로가 막혀 있다고 느끼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의 400대 부호 중 70%는 스스로 창업해 부(富)를 쌓은 '자수성가형' 부자다. 반면 국내에선 개인재산 1조원을 넘는 부자 25명 중 19명이 재벌가(家) 후손들이다. 선대(先代)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잘 경영한 공로가 있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상속·세습(世襲)형 부자'들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기업은 오너의 아들·딸·형제·자매·처남·매부·동서까지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는 가족 총동원 체제다. 선진국에도 미국 듀폰과 포드자동차, 일본 도요타자동차,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과 같은 가족경영 기업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거나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가족 대표 한두 명에 그친다.
대기업의 오너 경영 체제가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경제 성장에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 전체가 회사를 몇개씩 맡아 사회에 얼굴을 내밀면서, 국민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 나라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진 불공평한 사회라는 인식을 깊이 심어주고 말았다. 대기업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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