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법 어로 어선 선장의 해경대원 살해 사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3일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유감(遺憾)'이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란 뜻이다. 세상 어떤 인간도 "우리 아들이 당신 부모를 살해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진실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책임을 통감(痛感)한다"고 하는 법이다. 한 나라 외교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단어의 뜻과 어법(語法)도 모르고 있다. 입장을 바꿔 한국의 불법 어로 어선이 중국 경찰을 살해했는데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다면 중국은 어떻게 받아들일 셈인가. 중국 외교도 이제 어른이 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언제까지 힘으로 떼만 쓸 것인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한국 측이 중국 어민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인도주의적으로 대우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지난 10월 우리 해경이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하자 우리 정부에 '문명적인 법 집행'을 요구했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7차례에 걸쳐 중국에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를 증명하는 현장 사진 등을 보내며 단속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무허가 어선들이라 추적이 어렵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5조8800억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大國)이 됐다는 나라가 "우리 해적(海賊)을 통제할 수 없다"며 방치하고 있다. 해적의 나라 무정부 국가 소말리아 수준이다.

필리핀베트남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국가는 군함까지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 해적질로 피해를 보는 주변 국가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이달 초 회의를 열어 두 나라 공동 명의로 중국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논의를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로 확대해 국제회의를 열어서라도 중국의 불법 어로 해적질을 근절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도 한목소리로 중국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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