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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짬뽕 5대천왕… 찬바람 부니 더 당기네

  • 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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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2.10 03:11 | 수정 : 2011.12.10 10:28

    "재료 떨어지면 영업 끝"이라는 전국 5대 짬뽕집 가보니…

    
	[Why] 짬뽕 5대천왕… 찬바람 부니 더 당기네

    짬뽕이 나왔다. 와인의 향을 맡듯 먼저 그릇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국물 한 숟가락을 떠 테이스팅(tasting)을 한 뒤, 온갖 고명과 면을 함께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입속에 대양(大洋)과 갯벌, 흙과 농부의 땀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이 모든 맛들을 감싸고 있는 것은 중국식 프라이팬인 웍(wok)의 무쇠가 그을려 낸 불의 맛이었다. 청양고추의 아린 맛까지도 다스리는 불맛은 최고의 짬뽕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짬뽕 5대 천왕'으로 불리는 전국 5대 짬뽕집에 다녀왔다. 짬뽕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5대 짬뽕'으로 이름난 곳들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어, 모두 순회하는 데에 꼬박 사흘이 걸렸다. 이들 대부분이 '재료 떨어지면 영업 끝'이라서, 오후 3시에 가도 짬뽕을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중국집 주방장 공력(功力)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짬뽕의 5대 명가는, 모두 서울이 아닌 지방에 흩어져 있었다. 혹자는 "5대 짬뽕은 지역별 안배를 거쳐 경기·충청·경상·전라·강원도에서 각 1곳씩 뽑힌 것일 뿐"이라고도 한다. 또는 "조리법이 워낙 달라 이미 짬뽕이 아닌 제3의 음식이 돼버렸다"는 시식평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인터넷에서는 이들 다섯 집을 '5대 짬뽕'으로 통칭하며, '짬뽕 순례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그득하다. 특히 '최사장의 짬뽕순례'라는 블로그는 '5대 짬뽕'을 비롯해 8일 현재 전국 65개 짬뽕집의 시식기가 올라와 인기 높다. 이 블로그의 주인인 최원석(24)씨의 시식평을 더해 이들 짬뽕 명가를 가나다 순으로 소개한다.

    
	짬뽕은 육수·면·고명 맛으로 결정된다. 워낙 자극적인 맛이어서 요리를 구성하는 재료들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왼쪽부터 1 군산 복성루, 2 강릉 교동반점, 3 공주 동해원, 4 평택 영빈루, 5 대구 진흥반점의 짬뽕. / 군산·대구·평택·공주·강릉=한현우 기자
    짬뽕은 육수·면·고명 맛으로 결정된다. 워낙 자극적인 맛이어서 요리를 구성하는 재료들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왼쪽부터 1 군산 복성루, 2 강릉 교동반점, 3 공주 동해원, 4 평택 영빈루, 5 대구 진흥반점의 짬뽕. / 군산·대구·평택·공주·강릉=한현우 기자

    입술 반경 3㎝까지 '얼얼' 매운맛도 이 정도면 예술

    1 교동반점

    (강원도 강릉시 교동·033-646-3833)

    시골 터미널 앞 허름한 밥집을 연상케 하는 이곳의 메뉴판엔 '짬뽕면', '짬뽕밥', '공기밥', '군만두' 네 가지밖에 없다. 짬뽕의 비주얼이 가장 허약한 집인데, 국물 위로 조금 솟은 고명 더미 위에 참깨와 후춧가루가 산발(散發)돼 있다. 국물은 빨간색보다 갈색에 가깝다. 이것은 이 집이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고춧가루 덕분으로 보인다.

    교동반점의 짬뽕은 맵다. 특히 매운 고춧가루로 낸 국물과 고명 위에 뿌린 후춧가루가 섞이면서 텁텁하고 뻑뻑하게 맵다. 그 매운 정도가 서울 무교동 낙지볶음 수준에 이른다. 짬뽕이 처음 나왔을 때는 고명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면을 다 먹고 공기밥을 추가로 말아서 다 긁어먹을 때까지 홍합과 바지락, 오징어가 끊임없이 숟가락에 걸려 올라온다. 돼지고기는 다른 집보다 잘게 썰어져 해물들 사이에 숨어있다. 야채를 국물과 함께 오래 삶았는지 매운맛 끝에 단맛이 매달려 있다. 면에는 차지다 못해 떡을 먹는 듯한 쫄깃함이 살아있다.

    처음 국수를 뜰 때 시작된 매운맛이 마지막 국물을 훑을 때까지 계속 상승해, 숟가락을 놓을 때쯤엔 입술 주위 반경 3㎝까지 얼얼하다. 그러나 요즘 서울에서 유행하는 '폭력적 매운맛'과는 유가 다르다. 아마도 이 매운맛이 이 집 짬뽕의 요체인 듯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30분이지만 오후 4시 전에 가야 안전하다.

    맵지 않고 칼칼한 국물 '면·밥·곱' 메뉴가 일품

    2 동해원

    (충남 공주시 신관동·041-852-3624)

    이 집의 외관은 토종닭 백숙집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음식점의 지리적·조형적 요소를 모두 파괴한 파격적 외양으로, 여름이라면 식당 전체가 숲에 둘러싸일 것이다. 숲 속 넓은 주차장을 끼고 있으며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곳으로, 모든 자리가 좌식이다. 메뉴는 짬뽕과 짜장 두 가지인데, 각각 '면·밥·곱'이라는 하위메뉴가 있다.

    시뻘건 짬뽕이 시뻘건 그릇에 담겨져 나왔다. 국물이 너무 빨개서 '빨계떡'이라 불리는 프랜차이즈 식당 라면처럼 보일 정도다. 국물은 빨갛지만 묵직하지 않고 오히려 맑은 편이다. 그 덕에 국물 속에 잠긴 고명이 일부 들여다보인다. 매서운 비주얼에 비해 국물은 그다지 맵지 않고 칼칼하다.

    국물의 첫 맛은 인상적이었다. 어디서도 맛본 적 없는 새로운 맛이었다. 그러나 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덜 익은 밀가루 냄새가 확연했다. 엄청난 고온을 견뎌낸 고명과 오랫동안 구수하게 삶아진 육수에 비해, 이 집 짬뽕의 국수는 경박한 날것의 맛을 내뿜어 음식 전체를 해치고 있었다. 이 날 국수가 유독 안 좋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최원석씨는 "면의 편차가 심하다는 것 자체가 단점"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

    고명 양에서 명불허전 "짬뽕 먹으러 군산 간다"

    3 복성루

    (전북 군산시 미원동·063-445-8412)

    오전 10시20분에 들어섰더니 이미 홀의 테이블에는 모두 손님이 앉아 있었다. 자연스레 합석을 한 뒤 나온 짬뽕의 외양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 일단 고명 양에서 이제껏 먹어온 모든 짬뽕들을 압도했다. 물론 홍합과 바지락을 껍질째 올려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투박하게 썰어져 올라온 돼지고기 살코기며 다리가 통째로 들어간 오징어, 온갖 야채들이 수북하게 쌓인 채 나왔다. "짬뽕 먹으러 군산 간다"는 말을 몇 번 들어봤지만, 그 실체를 마주하니 마치 "이것이 짬뽕이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국물은 칼칼하고 매운 편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깊은 맛이었다. 고명이 워낙 많아서 이를 천천히 먹다 보면 국수가 불 가능성이 있었다. 의외로 고명에서 불맛은 적게 났다. 그러나 면의 상태가 매우 좋았다. 매운 국물에 입수(入水)해야만 하는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국수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는 탄력이 느껴졌다. 이 모든 맛은 재료와 면을 번개처럼 볶고 삶은 결과였을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

    우아하게 맵고 깊은 맛 오징어 등 고명도 훌륭

    4 영빈루

    (경기 평택시 신장동·031-666-2258)

    영빈루 간판에는 '중국고등요리(中國高等料理)'라고 써 있다. 그러나 짜장·짬뽕·탕수육·잡채·야끼만두밖에 없는 '초등 메뉴'를 갖고 있다. 평택 시장통의 노포(老鋪)에서 최근 다른 건물로 이사한 이 집 짬뽕은 비주얼이 가장 평범하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릇에 흔히 보는 색깔의 국물과 국수가 나온다. 잘고 단정하게 썬 돼지고기 고명이 올라온 게 눈에 띌 뿐이다.

    그러나 짬뽕은 역시 국물과 고명, 면의 순서로 먹어봐야 그 속살을 드러내는 법. 이 집 짬뽕은 우아하게 맵고 깊은 맛을 냈다. 국물이 혀에서 목으로, 이어서 뱃속으로 들어갈 때, 먹는 이의 의지가 아니라 국물이 자의(自意)로 묵직하게 밀고 전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계 없이 깔끔한 돼지 살코기와 잘게 칼집 낸 오징어 몸통을 주로 한 고명의 불맛도 훌륭했다. 국물이 적고 면에 매운 맛이 잘 배있어 뒷맛이 매운 편이었으나 더부룩하지 않고 깔끔했다. 최원석씨는 "영빈루 짬뽕은 국수에 경화제(硬化劑)나 식용 소다 같은 게 덜 들어가 금방 불지만, 그것이 오히려 옛날 짬뽕의 맛을 내는 요소"라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영업.

    숙주나물·부추로 차별화 "가장 입에 감기는 맛" 평가

    5 진흥반점

    (대구시 남구 이천동·053-474-1738)

    오전 9시20분에 이미 5~6명이 짬뽕을 먹고 있었다. 출입구 쪽에 주방이 있었는데 운 좋게 출입구 쪽 좌석에 앉아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짬뽕 한 그릇을 시키니 바로 한 그릇 분량의 고명을 커다란 웍에 넣고 뜨거운 불로 지져 볶았고, 1인분의 국수가 뜨거운 물로 투하됐다. 이후로는 두 명 이상인 손님들이 이어져, 국자로 고춧가루를 퍼넣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진흥반점 짬뽕은 맵고 짠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겨울인데도 테이블마다 얼음물이 놓여 있었다. 해물과 돼지고기가 고명의 주를 이루는 것은 여타 명가들과 다를 바 없었으나, 숙주나물이 들어가고 부추가 넉넉히 얹어진 게 특징이었다. 간간한 국물과 불맛이 풍부한 고명이 어울려 전국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이 집만의 국수 요리가 됐다.

    최원석씨는 이 집 짬뽕을 "가장 입에 감기는 맛"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아침에는 야채가 잘 볶아져 나오지만 저녁에는 좀 무르거나 탈 때도 있어서 편차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오후 2시30분에만 짬뽕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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