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에서 출발했다. 유도선수 송대남(32·남양주시청)은 올해 3월에 체급을 81㎏급에서 90㎏급으로 올렸다. "모험이었죠. 런던올림픽이 내년 여름인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요."

IJF(국제유도연맹)는 올림픽 출전권을 국가가 아닌 선수에게 준다.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선수는 IJF가 인정하는 국제대회에서 점수를 쌓아 세계 22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한 국가에서 여러 명이 이 기준을 충족할 경우엔 자체 선발전 등을 통해 한 명만 추린다.

송대남은 2008년 후반부터 작년 중반까지 2년 가까이 81㎏급 세계 1위였다. 이걸 포기하고 체급 변경을 선택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작년 10월 수술을 받았다. 끊어져 있던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잇고, 찢어진 연골을 봉합하느라 넉 달쯤 매트를 떠났다. 선수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설령 몸이 낫더라도 81㎏급에 복귀하려면 쉬는 동안 불어난 체중을 빼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더구나 81㎏급엔 후배이자 숙적인 김재범(26·한국마사회)이 버티고 있었다. 김재범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2010·2011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다. 송대남은 국가대표팀 정훈 감독, 소속팀 선찬종 감독과 상의 끝에 체급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수술 5개월 만에 출전한 지난 봄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1위를 하고, 이어 3차 선발전까지 우승했다.

"병원에서 놀라던데요. 수술하고 6개월은 운동 못할 줄 알았답니다."

그가 일찍 재활에 성공한 이유는 유난히 발달한 근육 덕분이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유도에 필요한 운동만 하는데도 몸이 보디빌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우람하다. 근육이 부상 부위를 충분히 감싸 부상 재발 위험성이 줄어들었다.

지난 주말 제주시에서 열린 KRA 코리아월드컵 국제유도대회 남자 90㎏에서 우승한 송대남. 송대남은“런던올림픽 진출권을 따내 꼭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송대남은 체급을 바꾸고 처음 출전했던 올해 8월 파리 세계선수권에선 2회전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하지만 적응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후 몽골 월드컵 1위, 아랍에미리트 그랑프리 3위를 하더니 지난 주말 끝난 KRA 코리아월드컵에선 전 경기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땄다. 결승 상대였던 우크라이나의 로만 곤티우크는 81㎏급에서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을 땄던 강호였다.

송대남은 이번 우승으로 100점을 추가해 세계랭킹이 36위에서 26위권(344점)으로 올라갔다. 9일부터 열리는 일본 도쿄 그랜드슬램(우승 300점), 다음 주 중국 칭다오 그랑프리(우승 200점)에 연속 출전해 랭킹 10위권 진입을 노린다.

키 177㎝인 그의 특기는 좌우 업어치기. 송대남은 "외국 선수들은 상체가 강한 대신 하체에 빈 틈이 있어 다리 사이로 파고들면 (업어치기가) 된다"면서 "대회를 치를수록 내 기술이 통한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남자 국가대표팀에서 황희태(33)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송대남의 목표는 물론 내년 런던올림픽 입상이다.

"올림픽엔 한 번도 못 나가서 열망이랄까, 애착이 남다르죠. 꼭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