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교육 혁신을 이끌어온 미셸 리(Rhee·사진) 전 미국 워싱턴DC 교육감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이 초유의 금융위기로 사회불안에 빠진 것과 관련, "자본주의가 안정되고 지속가능하려면 탄탄한 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든 사람은 신분 상승의 기회를 똑같이 가져야 하고, 교육은 그것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가 앞으로 더욱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계인 리 전 교육감은 2007년 미국 전역에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꼴찌였던 워싱턴DC 교육감으로 부임, '교육 개혁의 전도사'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부자 학생과 가난한 학생은 똑같은 교육을 받지 못해 자연스럽게 학력 차이가 생기게 된다"며 "이 학력차가 성인이 됐을 때 소득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많은 자본주의 국가가 안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학생이 부모의 재산이나 사는 곳에 상관없이 제대로 된 교육, 균등(均等)한 교육을 받으면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고 낙오하는 학생이 늘고, 이것이 시장경제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는 현상에 대해선 “먼저 어떤 학생이 주변환경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닌지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해주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에만 맡겨둘 정책이 아니며, 개인과 사회가 다 함께 나서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미셸 리 전 교육감은 이를 위해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DC에서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학력 향상도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는 새로운 교사 계약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기업이 예산의 일부를 지원해 학생들의 학력을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와 책임지는 구조 등을 갖춘 기업이 공교육을 바꾸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을 비교하면서, “두 나라 모두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창의성만을 강조해 전반적인 학력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학력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고 창의력과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서로에게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은 자본주의와 사회통합을 위해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과 고용안정이 필수이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창의력을 갖춘 인적자본의 형성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의 교육은 학생들의 다양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목 이외 활동을 더 폭넓게 허용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시간을 많이 줘야 아이들의 창의력을 함께 키워줄 수 있다”고 충고했다.

미셸 리 전 교육감은 재직 시절 ‘학생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부실(不實) 교사’들을 과감히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개혁을 강행했다. 지난해 교육감에서 물러나 ‘스튜던츠퍼스트(studentsfirst)’라는 교육운동 단체를 설립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