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40% 우울증세… 20%는 5년내 사표

조선일보
  • 이위재 기자
    입력 2011.12.06 03:02

    월급, 선진국 절반 못미치고 전용병원 없어 개인보험 의존

    올 6월 소방방재청은 전국 소방관 3만여명을 대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끔찍한 화재현장을 겪은 뒤의 정신적 후유증을 치료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랬더니 조사 대상 중 5%에 해당하는 1452명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생사(生死) 현장을 넘나드는 소방관들 직무 피로도는 다른 국가 공무원보다 높았다. 소방공무원 중 39.7%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는가 하면, 2008년부터 올 7월까지 자살한 소방관만 26명에 달했다.

    중앙소방학교에서 측정한 직무 스트레스에서 소방관은 54.5점으로 경찰·해경 46.5점을 크게 앞섰다. 소방관 직업 만족도가 성직자 다음으로 2위라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직업에 회의를 느낀 소방공무원 5명 중 1명이 임용 5년 안에 사표를 낸다는 자료가 공개된 적도 있다.

    직무 강도와 비교하면 푸대접을 받는다는 불만은 소방관들 사이에 뿌리깊게 퍼져 있다. 한국 소방관은 미국·영국 등 선진국보다 대우는 훨씬 낮지만 맡아야 하는 인구는 1500명으로 미국 200명, 일본 800명, 영국 820명 등에 비해 훨씬 많았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소방관 평균 수명이 58.8세로 한국 남자 평균 77세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지역 한 소방관은 "스스로 '소방 노예'라 부를 정도로 자조(自嘲)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전국 전·현직 소방관 1만1000여명은 각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을 달라는 소송을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2007~2009년 사이 모두 합쳐 2822억원에 달하는 수당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전주, 서울 소방관들이 1심에서 이기긴 했으나 언제 준다는 확답이 없는 상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목숨을 걸고 방사능 누출 현장으로 들어간 소방대원,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그 순간 순직한 소방관은 지금도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지방 소방서 소방관은 "한국 소방관들도 사명감은 이에 못지 않지만 순직해도 가족들에게 예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항상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에게 유명한 '소방관의 기도'라는 미국 글에 보면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들 돌보아 주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요즘 소방관들 심정을 이보다 잘 대변해주는 말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 얘기다.

    경찰이나 군인은 전문 병원이 있어 다치면 거의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소방관들은 다르다.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중 치료비를 사후 정산하는데 실제 이 과정에서 자기 부담금이 늘어나 따로 생명보험을 드는 소방관들이 많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전언이다. 소방방재청 고위 간부는 "24시간 2교대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을 2012년 말까지 3교대 근무로 바꿔주려고 노력 중이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단기간 내 증원은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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