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경찰서 서장 박건찬(45) 총경은 시위대에게 폭행당한 직후인 26일 밤 10시쯤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세종로파출로 교통정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한 공무 집행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데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서장은 폭행으로 얼굴 왼쪽이 부풀어올라 있었고, 왼쪽 어깨의 계급장은 떨어져나간 상태였다.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에 교통정보센터 바깥에서 시위대 수십명이 문을 두드리며 "겁쟁이 나와라", "매국노"라고 외쳤다.
박 서장은 "시위대 쪽으로 움직이기 10분쯤 전인 오후 9시 20분쯤 집회 중이던 국회의원들에게 '만나러가겠다'고 미리 알렸다"며 "시위대에게 폭행당할 때도 '의원님을 만나러 왔다'고 몇 번이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현장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의 주요 도로인 세종로 사거리에서 장시간 불법 시위가 벌어졌다"며 "종로서에 부임한 이후 가장 심각한 불법 집회였기에 관할 경찰서장으로서 묵과할 수 없었고,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조기 해산을 설득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 정복을 입고 시위대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집회 주최자를 만나 불법 상황을 고지하고 설득하는 일은 관할 서장이 해야 할 업무"라며 "공식적인 일이니 당연히 경찰 정복을 입고 현장에 들어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며 "선진 집회 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그동안 공들여왔던 노력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박 서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10시 35분쯤 교통정보센터 밖에서 기다리던 시위대를 피해 뒷문으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