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광고에서만 볼 수 있는 이영애·고소영

입력 2011.11.23 23:30

신효섭 기사기획 에디터 겸 대중문화부장

최근 몇 주 인터넷을 달군 화제 중 하나는 '이영애의 야릇한 광고'이다. 배우 이영애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보여줬던 팜므 파탈 분위기의 의상과 화장, 말씨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한 통신사 광고이다. 온라인에는 "쌍둥이 엄마의 미모 올 킬('단연 뛰어나다'는 뜻의 신세대 용어)" "리얼 섹시" 등의 감탄과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영애의 여전한 미모와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아우라를 TV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아쉬운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왜 이처럼 독보적인 스타를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몇십초짜리 광고에서만 봐야 할까" 하는 점이다. 이영애는 영화에서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출연작이 없다. 드라마는 2003년 찍은 '대장금'이 마지막이다. 그런데도 대중에게 이영애의 존재감이 줄어들지 않는 큰 이유는 'CF 연기'를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모델료는 1년 계약에 10억원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CF로만 볼 수 있는 '별'은 이영애만이 아니다. 배우 고소영은 2007년 영화 '언니가 간다', 드라마 '푸른 물고기'를 끝으로 작품 활동이 없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CF 연기는 접은 적이 없고, 오늘도 TV를 켜면 샴푸·전기밥솥·건축자재·전자제품·화장품·식료품 광고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고소영이 최근 1년 사이 광고 출연료로만 40억원을 벌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욘사마' 배용준도 얼마 전부터 한 주유소 광고에 나오고 있다. 그의 연기는 드라마는 2007년 '태왕사신기', 영화는 2005년 '외출'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올해 자기가 기획한 드라마 '드림하이'에 잠시 모습을 보였지만 우정 출연 수준이었다. 장동건, 김남주, 정우성, 전지현, 김태희, 이효리 같은 톱스타들도 본업이 연기자·가수인지 CF 모델인지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톱스타들이 CF 전문 배우처럼 돼 버린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광고 출연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갈망하는데 배우들에게 "연기만 하고 다른 돈 버는 일은 하지 말라"고 강요할 권리나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광고주나 광고제작사 측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지명도 높은 톱스타들을 기용해 단번에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전략은 '실탄(實彈)'만 풍부하면 누구나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광고 기법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 광고 2000여편 가운데 65%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구미 선진국의 '스타 모델 광고' 비중이 10% 안팎인 것과 대조적이다.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풍조에서 어떻게 한국만의 독창적인 광고 기법이나 스타일 개발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팬들도 우아하고 품격 있는 이영애의 연기,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배용준의 연기, 당차면서도 때론 로맨틱한 고소영의 연기를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보고 싶은 욕구가 마음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고작 몇십 초짜리 CF를 보고서도 열광하고 손뼉 치지 않을까. 팬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명예와 부를 얻은 톱스타들이라면 그런 팬들의 기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 대중 예술인의 도리와 의무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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