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만화축구 왜 실종, 고인 물은 썩는다

입력 2011.11.13 14:55

◇한국과 UAE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경기가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조광래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두바이(UAE)=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이 목전이다. 하지만 날씨는 잔뜩 찌푸렸다.
조광래호는 11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4차전 UAE(아랍에미리트)와의 원정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각조 1, 2위가 최종예선에 오른다. 한국은 승점 10점(3승1무)으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15일 5차전 레바논(2위·승점 7·2승1무1패) 원정에서 이기면 6차전(쿠웨이트·3위·승점 5·1승2무1패) 결과에 관계없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겉과 속이 다르다. 발걸음이 무겁다. 이겨도 뒷 맛이 씁쓸하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만화 축구'가 6월 세르비아, 가나(이상 2대1 승)와의 친선경기 이후 실종됐다. 예측 불허의 포지션 이동, 짧은 패스를 위주로 한 템포 빠른 축구가 사라졌다.
나사가 풀린 느낌이다. 볼 흐름은 둔탁하고, 선수들의 몸은 무겁다. 1차전 홈에서 벌어진 레바논전(6대0 승)을 제외하고 전반과 후반의 경기력도 천양지차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상대가 약체라 더 암울하다. 3차예선에서 한 조에 속한 쿠웨이트, UAE, 레바논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각각 96, 113, 146위(한국 31위)다.
이유는 뭘까. 박지성(30·맨유)과 이영표(34)의 태극마크 반납을 꼽기에는 간극이 있다. 둘이 빠지고도 6월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A대표팀의 기둥인 주전 유럽파의 균열이 1차적인 불씨다. 이청용(23·볼턴)이 7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박주영(26·아스널)과 지동원(20·선덜랜드)은 경기를 뛰는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다. 감각을 잃었다.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도 마찬가지다. 기성용(22·셀틱)이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이번 중동 2연전을 앞두고 쓰러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조 감독은 계속해서 믿음을 선택했다. 박주영 지동원 구자철에게는 경쟁이 존재하지 않았다. 고인 물은 썩는다. UAE와의 4차전에서 손흥민(19·함부르크)이 후반과 함께 교체투입돼 흐름을 바꾼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이 살아있어야 긴장의 끊을 놓지 않는다. 이름값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컨디션이다. 주전과 조커의 역할 분담은 신선해야 한다.
전술적으로는 조직력이 붕괴됐다. 플레이가 정적이다. 움직임과 스피드가 둔화됐다. 홈과 원정을 떠나 어차피 3차예선 상대는 밀집수비의 대형을 갖춘다. 수비 숫자가 많다. 동적이어야 한다. 빈틈이 생기면 이동하고, 그곳으로 볼이 연결돼야 한다. 조 감독이 훈련시 강조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반응하지 않는다. 위치 이동 뿐 아니라 패스 타임도 느리다. 생기가 떨어진다.
여기다 자신감도 결여돼 있다. 패스할 곳이 없으면 과감한 돌파로 무너뜨려야 한다. 개인기를 발휘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서정진(22·전북)이 지난달 반짝했지만, UAE전에서 그 기세는 꺾였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갈 길이 남았다. 최종예선에서는 더 힘든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꼬인 매듭은 풀어야 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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