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폐지해야 할 부처는… 뭐였더라… 웁스"

입력 2011.11.12 02:57

[美 대선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민망한 실수]
상무부·교육부 언급 이어 세 번째 부처 기억 못해
사회자가 다시 묻자 "글쎄요… 죄송합니다…"
NYT·WP 등 대서특필… 美 공화 경선을 희화화시켜

"폐지해야 할 3곳의 정부 부처는 상무부, 교육부… 그리고 뭐였더라…. 기억을 못하겠네요. 웁스(oops)~."

미 대선 공화당 경선후보인 릭 페리(61) 텍사스 주지사가 '토론회 역사상 가장 민망한 순간'(AP통신)을 만들어 내며 자멸했다. 9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로체스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다.

자신의 핵심 공약인 '작은 정부론'을 주창하던 페리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부처 3곳을 없앨 것"이라며 왼손가락 3개를 차례로 꼽으며 폐지 대상 부처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상무부·교육부에 이은 세 번째 부처의 이름을 끝내 기억해내지 못했다.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고 사회자는 "세 번째 폐지 대상을 댈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페리는 "글쎄요…"라고 더듬거리다 "기억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웁스"라며 포기했다.

미국 CNBC방송이 미시간주(州) 오클랜드대에서 9일 개최한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말을 하던 도중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고 있다. 페리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핵심 공약인 ‘작은 정부론’을 얘기하면서 없애야 할 연방부처 3곳을 열거하다가 상무부·교육부에 이은 세 번째 폐지 대상 부처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AP 뉴시스

페리가 53초 동안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 장면은 고스란히 TV에 방영됐다. 페리는 10일 인터뷰 등을 통해 "옆에서 롬니(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미소를 짓고 있어서 순간 정신을 잃었다. 그는 정말 잘 생기지 않았냐"는 등의 농담으로 자신의 실수를 웃어넘기려고 했으나 인터넷에서는 '페리의 실수'라는 제목의 영상이 최고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페리의 실수를 확산시키는 데는 인터넷뿐 아니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더 발벗고 나섰다. CNN 등 방송들은 하루 종일 이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냈고, 선거 전문가들이 등장해 "페리는 완전히 끝났나, 아닌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페리의 웁스' 등의 제목을 달아 이를 1면 톱뉴스로 다뤘다.

이에 대해서는 친(親)민주당 성향의 언론들이 공화당 경선판 전체를 희화화시키는 쪽으로 몰고 가기 위해 이를 지나치게 부각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선거 전문가는 "언론 입장에서 훌륭한 '먹을거리'임은 분명하지만, 선거 토론의 본질이 아닌 부분이고 또 페리가 이미 한풀 꺾인 후보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뉴스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다른 공화당 후보인 허먼 케인 전 갓파더피자 최고 경영자의 '성희롱 의혹'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이들 언론은 사실 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시점부터 공화당 경선 기사의 대부분을 성희롱 추문 관련 보도에 할애했다. 이날 토론회 관련 보도에서도 페리의 실수와 케인의 성희롱 추궁에 밀려 정작 가장 유력한 후보인 롬니의 발언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웁스(Oops)

'아이쿠' '아차' '아뿔싸' 등 당황스러운 행위나 실수 때문에 놀라거나 낭패했을때 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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