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이승엽 '계약금 1000원'에 얽힌 의리

입력 2011.11.10 13:47 | 수정 2011.11.10 21:53

이승엽이 지난 4일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포공항=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이승엽이 지난 4일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포공항=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은 이승엽이 삼성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본래 선수 계약관계는 11월말까지 지속된다. 게다가 본래 이승엽은 내년까지 계약이 돼있었던 상황. 하지만 오릭스가 배려해준 덕분에 잔여계약이 무효가 됐고, 11월말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이승엽은 당장이라도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오히려 삼성이 오릭스의 결정을 존중해 조금 시간을 두고 이승엽과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승엽이 삼성 아닌 다른 팀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삼성과 이승엽이 단단한 의리로 묶인 관계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삼성 관계자로부터 최근 '계약금 1000원'에 얽힌 일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뛰면서도 그동안 삼성측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올시즌 동안에도 몇차례 전화가 오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통화내용이었다. 이승엽이 "나중에 삼성에 돌아가면 받아주실 겁니까"라고 웃으며 질문했다. 삼성 관계자는 "당연히 친정팀으로 돌아와야지. 그런데 컴백할 경우 계약금은 1000원이다. 1000원. 무조건 1000원에 계약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이승엽이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한다.
물론 농담을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 지난 2003년 삼성에서 뛴 마지막 해에 연봉 6억3000만원을 받은 이승엽이다. 또한 이승엽은 본래 '연봉 협상'이라는 게 없었던 선수다. 늘 구단에 일임하는 형식이었고, 워낙 야구를 잘 하는 이승엽을 위해 구단에서 알아서 연봉을 책정해주곤 했다.
'계약금 1000원'에 담긴 의미는 '꼭 돌아오라'는 당부, 그리고 '반드시 삼성으로 돌아가겠다'는 화답이었다. 이승엽이 컴백을 결정하면 몸값이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런데 연봉 문제를 놓고 서로 계산기를 두들기는 듯한 모습을 외부에 보인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또한 삼성과 이승엽이 서로에게 갖고 있는 의리를 확인하기 위해 '계약금 1000원'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이승엽이 지난 포스트시즌때 "오릭스에서 퇴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발표하자 삼성은 약간 당황했다. 1년 먼저 들어온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5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팀이 집중력을 가져야할 때, 삼성 역사상 최고 스타였던 이승엽 복귀 문제가 불거지자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지션 문제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하자, 그후 이승엽은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되도록 언론 노출을 자제했다. 삼성의 고민을 이해하기에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저 '한때 계약관계였던 구단과 선수'라는 차원이라면 섭섭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승엽은 구단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했다. 삼성이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이승엽이 4일 뒤 귀국한 것도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는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도 구체적인 액수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일 없이 이승엽이 구단측에 일임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 사실 구단 입장에선 백지위임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연봉 문제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은 없어야한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에 이승엽이 다시 대구구장에서 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관중 증가 효과가 클 것이다. 8년이란 기간을 떨어져있었지만, 삼성과 이승엽간의 의리는 이어져왔다. 이제 이승엽이 돌아온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