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는 자신의 자서전이 '잔인하게 진실될 것(brutally honest)'을 주문했습니다. '잔인'과 '진실'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구를 한 겁니다. 스티브는 항상 그런 식이었습니다."
지난달 5일 세상을 떠난 애플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59·사진)은 8일 워싱턴 DC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타임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인 아이작슨은 CNN 최고 경영자를 거쳐 현재 아스펜 연구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책은 40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시판중이다. 그는 "며칠 전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인도 방언으로도 번역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잡스는 평소 정치권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했는데.
"잡스는 워싱턴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을 하려면 자신이 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열받게 하고 채찍질해야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잡스 본인도 정치에 뜻이 있었나.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몇몇에게 밝힌 적이 있다. 만약 됐으면 그는 최악의 주지사가 됐을 것이다. 그는 프랑스 왕(절대군주)을 했으면 잘 어울렸겠지만, 권력분산이 돼 있는 현대에서 정치는 절대 못했을 것이다."
―옆에서 지켜본 잡스는 한마디로 어떤 사람이었나.
"그는 예술과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천재였다. 또 완벽주의자였다. 하지만 이런 예술가적 기질은 그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는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무례하게 행동했다."
―왜 잡스의 죽음이 이런 큰 반향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런 현상은 (비틀스의) 존 레넌이나 다른 록스타가 죽었을 때 나오는 것이지 기업인의 죽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잡스에 대해서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과 아이팟이라는 '예술품'을 통해 그와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거물들에 대한 잡스의 평가는 어떠했나.
"그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매우 좋아했지만, 구글에 대해서는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가 애플의 것을 모방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악감정이 있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가 구글 CEO로 복귀하면서 잡스에게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잡스의 첫 반응은 '꺼져(piss off)'였다."
―삼성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었나.
"잡스는 삼성을 높이 평가했고, 삼성은 애플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삼성이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싸웠을 것이다."
―잡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인가.
"아내 로렌 파월이다. 그녀는 잡스의 낭만적이고 반사회적이며, 감각적이고 과학적인 세계관, 비즈니스적 성향을 뒷받침했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했다."
―잡스는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했나.
"그는 자신을 '반항자(rebel)'로 생각하고, 항상 그걸 보여주려고 했다. 차에 번호판을 붙이지 않은 것도 '권위에 굴종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잡스가 자서전에 대해 다른 주문은 없었나.
"제목이 단순하기를 원했다. 내가 'i스티브'를 제안했더니 '너무 바보 같다'며 한칼에 잘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