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 쓰는 트위터, 인터넷 매체·포털 거치며 영향력 커져

조선일보
  • 홍영림 기자
    입력 2011.11.03 03:08 | 수정 2011.11.03 13:08

    한미 FTA 등 국가 중대사까지… 정치발언대 된 트위터
    특정 성향으로 쏠려 - 자칭 진보·중도층이 91%… 생각 비슷한 사람 모인 공간 돼
    한미 FTA - 반대글이 64%… 찬성의 3배, 인터뷰 않던 김종훈 본부장도 트위터 인터뷰엔 응해
    정치인들 지나친 호들갑 - 트위터로 영향력 키우려다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주역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 오후 트위터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트위터 인터뷰'를 했다. 당초 20분 예정이었으나 1시간 30분이나 했다. 그는 자판 사용이 익숙지 않아 '독수리 타법(양손 검지만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타법)'으로 힘겹게 자판을 두드렸다. 그가 트위터 인터뷰에 나선 것은 '한·미 FTA' 관련 괴담(怪談)이 트위터상에 워낙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올 들어 트위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걸러지지 않은 트위터 여론이 바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 이용자가 20·30대 젊은 층과 좌파·진보 성향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정치 과정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미 FTA 저지의 진앙지

    한동안 서울시장 보궐선거 논쟁으로 넘쳐났던 트위터 공간은 보선 직후부터 한·미 FTA 문제로 달궈졌다. 이전에는 트위터에서 FTA 관련 글이 하루에 1만여건이었지만, 보선 다음 날인 10월 27일 3만2000여건으로 늘었다. 여야가 비준안 처리를 놓고 승강이를 벌인 10월 31일엔 8만1916건에 달했다. 거의 1초당 하나꼴이었다.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글을 분석하는 '소셜 메트릭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한·미 FTA'와 관련된 글 44만여건 중 부정 평가(64.4%)가 긍정 평가(22.6%)의 3배에 달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MB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양보한 한·미 FTA에 대해 분노가 인다"고 했고, 소설가 공지영씨와 배우 김여진씨 등도 한·미 FTA 반대 의견을 올리면서 FTA 저지의 응원군 역할을 했다. 트위터에서는 "ISD 조항이 들어가면 미국의 식민지가 된다"는 식의 괴담이 수없이 돌아다녔다.

    2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 온라인 매체와 트위터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에서 '독수리 타법'으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김진숙 관련 트윗 10개월간 22만건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대한 트위터 글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중순 시민·노동단체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이른바 '희망 버스' 1차 행사가 열렸을 때였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트위터에 "김진숙님이 전기 공급해달라고 SOS 보낸 지 두 시간… 다시 (경찰에) 경고한다"고 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고문 등도 하루에 10여 차례씩 김진숙씨 관련 글을 트위터에 띄웠다.

    결국 6월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고 외국으로 출국하면서 트위터에선 김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관련 글이 1주일 만에 3만여건이나 올라왔고, 결국 조 회장은 입국 후 8월 8일 국회에 출석했다.

    이재오가 도가니 비판한 다음 날 법 바뀌어

    장애 아동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한 영화 '도가니'는 개봉날인 9월 22일 당일부터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개봉 5일 만인 9월 27일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넘기면서 트위터에선 관련 특수학교와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을 성토하는 글이 하루 1만건 넘게 올라왔다. 당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하늘 아래 천인공노할 인권유린 사건이어서 말문이 막힌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자 다음 날인 9월 28일에는 장애인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이른바 '도가니법'인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치인들이 너무 호들갑 떨어"

    현재 국내 트위터 이용자는 35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의 8%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20~30대가 90%에 육박한다. 트위터 공간이 좌파·진보 진영의 아지트가 된 이유다.

    트위터의 글은 트위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진보 매체는 좌파 트위터 이용자들의 글을 그대로 기사로 만들고, 이는 포털로 옮아간다. 포털 기사엔 수없이 많은 댓글이 달리고 정치인들은 그 영향을 받는다. 국민의 8%, 그것도 세대·정파적으로 편중된 트위터 공간이 국회를 움직여버리는 것이다.

    서울대 한규섭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트위터에서 보수와 진보의 네트워크가 고루 형성돼 있다면 유용한 토론이 이뤄질 텐데 지금은 진보 진영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며 "정치 이슈와 관련한 공론의 장 역할을 하기보다는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있는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했다.

    한 여론조사 회사 임원은 "정치인들이 부추긴 여론이 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