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前장관"김대중 이상주의자, 노무현은 이해하기 어려워"

    입력 : 2011.11.02 10:40 | 수정 : 2011.11.02 14:54

    “DJ 이상주의자, 노무현 反美ㆍ엉뚱한 구석”

    “김대중은 이상주의자였고, 노무현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이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각) 발간된 자신의 회고록 ‘최고의 영예, 워싱턴 시절의 회고(No higher Honor-A Memoir of My years in Washington)’에서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회상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조지 부시 행정부(2002∼2008) 8년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하며 한미관계를 직접 조율한 인물이다.
     
    ◆“이상주의자 김대중, 여러 면에서 존경받는 인물”
     
    라이스는 2001년 3월 부시 행정부 1기가 출범했던 당시 워싱턴에서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부시 대통령 취임 후 있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다.
     
    회고록에서 그녀는 김 전 대통령을 “부드러운 태도의 노정객”이라고 기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면서 군사독재정권 시절 수감됐던 그의 이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김 전 대통령의 사형이 확정된 이후, 미국이 그의 구명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도 적었다.
     
    하지만 라이스 전 장관의 눈에 비친 김 전 대통령은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이라고 부른 대북정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이상주의자”라고 평했다.
     
    이어 “햇볕정책은 북한으로부터의 특별한 대가를 원하지 않는 대규모 대북 지원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라면서 “일부는 김 전 대통령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김정일과의 갈등을 피하려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 3월7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은후 오찬장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조선일보DB
    ◆부시, 2001년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파월 발언에 ‘격노’
     
    2001년 3월 7일에 열린 김대중-부시 첫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회상도 있다. 이 회담은 북한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회담으로 평가된다.
     
    회고록에 따르면 백악관은 김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전날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대북정책 방향을 검토해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되, 미국은 분명히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김 대통령에게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부시 대통령도 이 보고를 받고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튿날 새벽 5시에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라이스에게 전화를 걸어 화가 난 목소리로 “당장 워싱턴포스트를 보라”고 말한 뒤 “이 문제를 내가 대처해야 하느냐, 아니면 당신이 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워싱턴포스트에는 당시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을 인용, “우리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접근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김 대통령에게 전할 것”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라이스가 전화를 걸어 진상을 묻자, 파월은 “대북정책들을 재검토할 방침이지만 클린턴 접근법의 모든 요소를 폐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과장되게 보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부시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라이스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결국 김 대통령의 방미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한국) 사이의 분열을 노출한 채 끝났다”고 밝혔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9월 7일 오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한 시간여에 걸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회담 결과를 취재진에 설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DB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
     
    라이스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이라고 평하면서 “2007년에 노 전 대통령의 엉뚱한(erratic) 성격을 나타내는 사건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해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언론회동(press availability)이 이 사건의 무대다. 라이스 전 장관은 “회담이 끝날 때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기자들에게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것은 9·19 공동성명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시는 노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기자들에게 해당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노 대통령은 갑자기 부시 대통령을 향해 ‘조금 전 말씀하실 때 종전 선언에 대해 말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 명확히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소 놀랐고 자신의 발언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모든 사람이 당황했고, 통역사도 놀라 통역을 중단했지만 노 대통령은 통역을 계속하도록 재촉했다”면서 “그 상황이 있고 나서 부시 대통령은 언론회동을 종료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그 이전 방문 때 나에게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균형자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며 강의를 하는 등 반미적 모습을 시사하는 발언을 때때로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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