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고유라 기자] "감독님은 타자들이 부진했다고 하시지만 방망이보다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대장' 오승환(30)도 팀의 우승 순간에는 마운드 위에서 두 팔을 들어 만세를 외쳤다.
오승환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1⅓이닝 퍼펙트 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역대 5번째 우승을 확정지었다.
팀은 투수진의 무실점 호투와 4회 터진 강봉규의 선제 결승 솔로포를 앞세워 4승째(1패)를 거두고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 했다.
오승환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 5⅔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오승환은 팀 우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경기 후 오승환은 "오늘 (차)우찬이가 7이닝 무실점 좋은 피칭을 해서 저번 1차전까지 10이닝 무실점 2승이 있기 때문에 기대는 안했다. 경기가 지날 수록 마음을 비웠다. 그런데 기자분들이 투표를 좋게 해주셨다"며 한국시리즈 MVP 수상에 대한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오승환은 이날 8회 2사 1,2루 등판 상황에 대해 "(진)갑용이 형과 전혀 이야기한 것 없다. 1점 차라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해야 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끝나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갑용이 형이 너무 빨리 뛰어왔다. 준비한 세리머니는 내년에 다시 우승하고 하겠다"며 장난스러운 말투 속에 내년 우승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정규 시즌도 그렇고 한국시리즈까지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게 감독님, 코치님들의 관리가 잘되고 분업화가 잘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타자들이 부진했다고 하시지만 우리 투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팀 선수들은 방망이보다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팀 코칭스태프와 투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오승환은 시즌 MVP를 두고 KIA 선발투수 윤석민(25)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사실 47세이브를 해서 아쉽다. 하지만 마무리로서 47이닝을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마무리 투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드렸다. 윤석민 선수도 물론 잘 해줬다. 마무리 투수에게 한계가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아마추어, 프로 불펜 선수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MVP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