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31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2007년 현금·수표·미국달러로 모두 9억45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씨는 검찰 수사에선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줬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번복했다"며 "한씨의 검찰 진술은 일관성과 합리성이 없어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계좌 추적 결과 한씨가 2007년 3월 인출한 1억원짜리 수표가 2년 뒤 한 전 총리 여동생의 전세금으로 사용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 "한 전 총리 여동생은 1억원을 한 전 총리의 비서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도 믿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 돈이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줬다는 돈의 일부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로써 한 전 총리는 작년 4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뇌물 5만달러를 받았다는 사건에 이어 또다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뇌물 사건 재판부는 "곽씨가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줬다는 돈의 액수와 전달 방식을 몇 번이나 바꾸는 등 진술에 신뢰성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곽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안일한 수사를 했다는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국민은 검찰이 이번 정치자금 사건 수사에선 확실한 증거를 찾아낼 것인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치자금 수사도 한만호씨의 진술에만 의존한 부실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한씨의 검찰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들로 한신건영 경리부장의 진술·비밀장부 등을 제출했지만 이것들만으론 한 전 총리의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뇌물 사건에서 곽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바람에 무죄 선고가 내려지는 것을 겪고도 똑같은 허점을 드러냈다. 검찰의 앞날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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