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울산 북구 효문동 울산마이스터고. 이날 김억조 현대자동차 사장과 장헌정 울산마이스터고 교장이 산학협력 MOU(양해각서) 체결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양해각서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와 마이스터고 우수인재 채용을 위한 산학협력 MOU를 체결하고 후속 조치로 이날 이 학교 출신자들을 채용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날 이후 지난 13일까지 부산기계공고·부산자동차고 등 부산지역 2개 마이스터고를 비롯해 전국 9개 마이스터고와 잇따라 MOU를 맺었다.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마이스터고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이들 마이스터고는 잇따른 업체들과의 약정· 협약 체결을 통해 '바늘 구멍'인 학생들의 취업 기회를 크게 넓히고 있고,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이들 학교에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부산기계공고는 올해 처음으로 채용을 완전히 보장하는 취업 약정을 맺고 나섰다. 취업 약정은 재학 중인 학생을 업체가 선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별도의 교육 과정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김기진 부산기계공고 산학협력 부장은 "방학 중이나 방과 후에 해당 업체에서 실습 등을 해 졸업 후 인턴십 과정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면서 "학생들과 업체들이 취업을 확정한 상태에서 서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교육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성우하이텍 등 8개 업체와 이 약정을 맺어 현재 3학년 32명, 2학년 44명, 1학년 7명을 선발했다. 또 올해 23개 업체들과의 취업 협약을 체결하는 등 모두 220여개의 업체와 취업 협약을 맺어 학생들에게 폭넓은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취업 협약은 업체와 취업 인원을 대략적으로 정해 놓고 업체의 사정에 따라 다소 유동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부산자동차고도 올해에만 삼성LED㈜ 등 19개 기업과 최소 70여 명의 취업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63개 업체와 취업 협약을 맺어 학생 220여명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 졸업생이 120명이니 학생들이 입맛대로 업체를 골라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개교한 울산마이스터고는 내년 말 '취업 대박'을 이미 예약한 상태. 첫 졸업생을 데려가려는 10여개 기업으로부터 정원보다 10명이나 많은 130명에 대한 취업을 약속받았다. 예정 취업률이 108%를 넘는 셈이다. 취업 보장을 약속한 기업들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삼정전기, LG전자, 한화케미칼, 고려아연, 한국수력원자력, 동서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성지지오텍, 일진에너지 등이다.
이 기업들은 학교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실습장비까지 제공하고, 장학금도 지급한다.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는 전문기술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내년 개교를 앞두고 있는 울산에너지고는 첫 신입생 120명을 최근 선발했는데 개교도 하기 전에 졸업생을 데려가겠다는 업체가 8곳이나 나와 정원의 절반가량인 58명의 취업이 사실상 보장됐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마이스터고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역만 아니라 전국에서 몰리고 있다. 올해 선발한 입학생 평균 내신성적이 부산기계공고는 전년 35.5%에서 29.2%로 올랐고, 부산자동차고는 지난해 42.2%에서 24.9%로 올랐다. 부산지역 일반계고의 합격선이 74%인 것을 감안하면 마이스터고의 합격선은 매우 높은 것이다.
울산마이스터고는 지난해 42%에서 31%로 올랐다. 조선산업 마이스터고인 거제공고 역시 입학자 내신 평균이 24.3%로, 지난해 34~3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거제공고 합격자는 경남 128명을 비롯해 서울 4명, 경기 7명, 전남·북 각 3명, 강원 2명, 광주 1명 등으로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돼 있다. 전국 각지의 우수 인재들이 몰려드는 셈이다.
거제공고 수석을 차지한 거제신현중 황성현(15)군의 교과내신은 4.52%. 특목고 입학이 가능한 수준이다. 황군은 "아버지가 삼성중공업에 다니는 데다 기술분야에 대한 공부가 재미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자동차고에 합격한 충남 천안 성정중학교 3학년 노태영군의 어머니 박은숙(40)씨는 "아들이 반에서 2, 3등을 했고, 전교에서도 20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했다"면서 "하지만 취업과 자동차 전문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들의 꿈 등을 감안, 인문계고 대신 마이스터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홍조 부산자동차고 교무기획부장은 "청년 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서 최근 대기업들이 고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졸업생들의 취업 기회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 등이 겹쳐 갈수록 마이스터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