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선 결과를 서울의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분석한 결과 48곳 중 41곳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우세했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우세 지역은 7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선 결과가 내년 4월 총선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지역구별 보선 결과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48곳 중 40곳에서 이겼다. 민주당 등 야권은 8곳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 결과는 3년 반 만에 판도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번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우세했던 지역구는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강남 3구의 서초갑·을, 강남갑·을, 송파갑·을 등 6곳과, 한나라당 진영 의원의 지역구인 용산구가 유일했다. 나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의 지역구인 강남갑(64.7%)이었고, 박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의 관악갑(63.8%)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 모두의 지역구에서 나 후보의 득표율이 박 후보에게 뒤졌다. 홍준표 대표의 동대문을은 9.3%포인트, 정몽준 전 대표의 동작을은 14.0%포인트,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의 서대문을은 15.1%포인트,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은평을은 13.7%포인트, 원희룡 최고위원의 양천갑은 1.7%포인트 차이로 나 후보의 득표율이 낮았다. 심지어는 본인의 지역구인 중구에서도 나 후보(47.1%)는 박 후보(52%)에게 뒤졌다.
◇'魔의 23%' 벽에 갇힌 한나라당
이번 서울시장 보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일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고전했던 2004년 총선 때와 비슷한 민심 이반(離反)을 느꼈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얻은 득표는 서울 유권자의 23%였는데, 이번 보선에서 나 후보가 얻은 187만표도 서울 유권자 비율로 환산하면 22.7%로 거의 비슷하다.
또 지난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후 실시된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투표 참여자(25.7%) 중 한나라당 안(案)인 '단계적 무상급식'을 지지한 사람은 85.5%였다. 이 조사 결과를 집어넣으면 8월 주민투표 당시 한나라당의 지지표(票)는 서울 유권자의 22%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이번에도 투표장에 대부분 다시 나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 대다수가 박원순 후보를 선택하면서 한나라당의 패배로 결론이 난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선에서 나타난 여당 지지표 22~23%는 지난 7월 한국정책과학연구원 조사에서 드러난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 23%와 거의 일치한다"며 "2007년 대선을 전후해서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30~35%까지 확대됐지만, 지금은 23% 안팎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총선과 대선 투표율이 60~70%가량일 경우에는 특정 정당의 고정 지지층 규모가 30~35%가 되어야 득표율 50%를 넘길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20·30대뿐 아니라 40대에서도 외면을 당하며 '마(魔)의 23%' 벽에 갇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투표 시간대별로 박원순·나경원 두 후보의 득표율을 비교하면, 출·퇴근 시간인 오전 6~9시와 오후 6~8시에는 박 후보의 우세가 각각 13.5%포인트와 22.7%포인트로 매우 높았다. 장·노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표한 오전 9~12시와 오후 12~3시에는 박 후보의 우세가 0.7%포인트와 1.6%포인트로 근소하게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