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들에게 권총은 '864g의 쇠뭉치'일 뿐이다. 권총과 권총 혁대를 차면 허리가 처질 정도로 무겁지만 실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사용했다 인명피해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옷을 벗게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0만여명의 경찰관이 실탄을 사용한 것은 단 16번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은 미국 스미스앤드웨슨사(社)의 38구경 리볼버 권총이다.
현재 보급된 38구경 권총은 두 종류로 총신(총알이 발사되는 긴 원통형 부분) 길이에 따라 3인치형(7.6㎝)과 4인치(10.1㎝)형이 있다. 두 권총 모두 유효 사거리는 50m다.
당초 경찰은 4인치형 38구경 권총을 사용했지만 무게(864g)가 제법 무겁고, 옆구리에 차면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2004년부터 3인치형을 새로 도입했다. 경찰관이 휴대하는 권총은 첫 번째 탄실이 탄환이 없는 공실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틱'하는 소리만 난다. 두 번째는 공포탄, 세 번째부터 실탄이 장전돼 있다. 따라서 총알 6발을 장전하는 4인치형 38구경에는 실탄이 4발, 3인치형은 실탄 3발이 장전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을 떨어뜨리는 등 실수로 총알이 발사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첫 번째에는 공실로 비워두고, 두 번째는 위협만 할 수 있도록 공포탄을 장전해둔다"고 말했다.
1991년 대우정밀이 한국형으로 개발한 22구경 'KP52'권총을 보급한 적이 있다. 손잡이 아래로 총알 10발이 장전되는 세트형 탄창을 끼워 사용한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돼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첫 번째 탄을 공포탄으로 장전하는데, 공포탄을 쏘면 자동으로 탄피가 배출되지 않아 덮개형 레버를 뒤로 당겨 수동으로 탄피를 빼내야 한다.
지난 1998년 1월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44)을 추적하면서 대형 사고가 터졌다. 경찰관 두 명이 충남 천안에서 신창원을 발견하고 격투를 벌이다 22구경 권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공포탄을 쏜 뒤 수동으로 탄피를 제거하지 않아 권총이 무용지물이 됐다. 신창원은 그 틈을 이용해 경찰을 폭행하고 달아났다.
강력팀, 순찰대 등에 근무하는 외근 경찰은 의무적으로 1년에 네 차례(한 번에 35발씩) 총 140발의 실탄 사격훈련을 한다. 훈련 때마다 5발은 영점 사격, 10발은 느리게 쏘기(100점), 20발은 빠르게 쏘기(100점)로 테스트해 60점을 받아야 사격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경찰 총기 사용 매뉴얼에는 위기 상황에서 권총을 쏠 때도 비교적 생명에 지장이 없는 허벅지를 쏘도록 돼 있다. 사격훈련 때도 사람 모형의 표적지에 허벅지는 5점, 장딴지 4점, 허리 2점을 준다. 머리나 가슴 부분을 쏘면 0점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번 인천 남동구 장례식장 조직 폭력배 난동과 관련, "조폭에게는 인권이 없다"면서 적극적인 권총 사용을 지시했지만 권총 사용 규정은 여전히 까다롭다.
경찰청이 총기 적극 사용을 염두에 두고 새로 마련 중인 매뉴얼조차도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이 경찰을 공격하거나 경고사격을 한 뒤에도 계속 도주를 할 때 허벅지를 향해 권총을 쏘도록 하고 있다. 또 권총을 쏘기 전 "투항하라"는 경고를 세 차례 해야 한다.
흉악범을 만나도 일반적으로는 경찰은 경고를 세 번 하고, 빈 방아쇠를 한 차례 당기고, 공포탄을 한 번 쏜 뒤에야 실탄을 발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매뉴얼대로 다 하면 권총 들고도 칼 맞는다"며 "노련한 조폭이나 흉악범들은 이런 규정을 알고 권총을 빼들어 겨누어도 우습게 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포토] 경찰은 총기사용을 결심할 수 있는가
[[Snapshot] "매뉴얼대로 하면 총 뽑고도 칼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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