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 10년 모시다 살해

조선일보
입력 2011.10.19 03:06

아들 "저는 세상에 없는 불효자"… 법원 5년형 선고

"저는 낳아주신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한 세상에 없는 불효자입니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저도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10년간 돌보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40)씨는 지난 14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씨는 지난 8월 5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박모(67)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끈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두세 차례 자살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비극은 지난 2001년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어머니는 그 뒤 심한 치매 증상을 보였다. 누나와 남동생은 결혼해서 따로 살았지만 이씨는 결혼도 하지 않고 10년간 어머니를 보살폈다.

이씨의 아버지는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아들과 함께 박씨를 돌보다 지난 2007년 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씨도 2009년 운영하던 학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생활고를 겪었다.

올해 초 어머니의 증세가 급격히 나빠져 요양원과 병원 네 곳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효과도 없는 치료를 받느라 고통스러워 하시고, 남은 가족들도 어머니 때문에 고통이 심한 것 같아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는 18일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 범죄로서 죄질이 무겁고, 범행 도구를 미리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에 비춰보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어려운 형편 속에서 어머니를 혼자 극진하게 부양해 왔고, 이를 아는 가족과 이웃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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