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성 한국스포츠건강연구소 소장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엔 '명예의 전당'이 있다. 일반인에게 문호가 열린 1995년부터 10번 이상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아마추어 마라토너 165명(2010년 기준)이 영광의 주인공이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6번을 모두 완주한 사람은 다섯 명. 40~60대 남성인 이들은 23일 오전 9시에 열리는 2011 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춘천시·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 주최)에도 출전한다. 진정한 '춘마 고수' 다섯 명 중 한 명인 선주성(46)씨가 초보 마라토너들을 위해 춘천마라톤을 최고로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출발~5㎞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선 의외로 첫 5㎞가 가장 중요하다. 흥분된 분위기에 휩쓸려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평소보다 약간 느리게 달린다는 기분을 갖자. 3㎞ 지나면 첫 오르막을 만난다. 짧지만 얕보면 안 된다. 내리막이 나와도 속도 욕심은 금물이다. 5㎞지점에 첫 급수대가 보인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한 모금 여유 있게 마시는 게 좋다. 물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마셔야 한다.

춘천마라톤을 한 번 완주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그 희열을 잊지 못한다. 수려한 의암호 주변의 풍광에 취하고, 너그러운 듯 만만치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며 의지력을 테스트한다. 매년 춘천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5~15㎞

5㎞지점을 지나면 다시 작은 오르막이다.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는다면 내리막에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 앞에 무리지어 달리는 주자들을 앞지르려고 하지 말고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의암호와 삼악산의 멋진 단풍을 감상하자. 춘천마라톤 코스 중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구간이다. 10㎞급수대를 지나면 춘천 서면 주민들의 열렬한 응원이 반갑다. 마라톤 대회 때문에 가게 문을 열지 못하는 아주머니들이 시원한 물을 건네면서 밝은 목소리로 응원한다. 가을 달리기 축제를 함께 즐기는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15~25㎞

피암터널을 지날 때 크게 소리 질러 본다. 기분 전환에 제격이다. 처음 도전하는 러너라면 15㎞급수대에서 미리 준비한 에너지바 같은 음식물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20㎞급수대에서는 대회 주최측이 초코파이 같은 간식을 제공한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하나쯤 먹어 두는 편이 좋다. 급수대마다 물을 마시는 것은 필수.

20㎞와 21㎞중간에 있는 신매대교의 400m 왕복구간은 참가자가 심리적으로 가장 흔들리는 구간이다. 신매대교를 돌아 다시 춘천댐 방향으로 달리면 하프지점이 나타나고 곧이어 스펀지 공급대가 있다. 체온을 낮추는 용도다. 하지만 아마추어 마라토너라면 너무 과도하게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5~35㎞

무념무상. 나의 이 구간 통과 전략이다.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에서 걷지 말고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30㎞급수대에서 제공하는 바나나 등을 먹는다. 이제부터 갈증, 배고픔, 다리 통증, 피부 쓸림, 간혹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30㎞를 지나면 작은 오르막도 크게 느껴진다. 정신력이 중요하다. 즐거운 일을 상상하고, 반드시 완주해야 할 이유를 되새긴다. 급수대에서 물을 마실 때 천천히 걸으면서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다리에 힘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부딪히거나 남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35~42.195㎞

진정한 마라톤이 시작된다. 시야가 탁 트이고 넓은 길이 나타난다. 달려도 변화가 없는 듯해 피로감이 커진다. 평탄한 구간이지만 멀리 보지 말고 가까운 곳에 시선을 두고 집중력을 유지한다. 이 마지막 7㎞를 달리기 위해 35㎞를 달려오지 않았던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소양 2교를 건너면 40㎞지점. 물 한잔 마시고 급수대 자원봉사자들, 여러 동호회에서 온 사람들의 응원을 받아 마지막 힘을 낸다. 1.5㎞의 넓고 긴 직선주로 끝에 결승점이 있다. 결승점을 통과할 때에는 활짝 웃으며 승리 포즈를 취한다. 멋지게 나온 기록 사진을 보면 내년 춘마가 저절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