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못 믿을 실업 통계

조선일보
  • 김태익 논설위원
  • 김도원
    입력 2011.10.13 23:05 | 수정 2011.10.18 20:37

    "예일대 1924년 졸업생들의 연간 평균 소득은 2만5111달러". 1950년 '뉴욕 선'지(紙)는 예일대생들의 졸업 25년 후를 추적해 이렇게 보도했다. 독자들은 엄청난 액수에 놀랐다. 당시 미국인들의 연간 평균 소득은 1900달러에 불과했다. 곧 조사의 허점이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모두 연락이 가능한 사람들뿐이었다. 동창회에 얼굴을 자주 비치거나 '저명인사 인명록'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들만 조사했으니 평균 연봉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표본집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대럴 허프 '새빨간 거짓말, 통계').

    ▶19세기 영국 총리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지독한 거짓말, 통계"라고 했다. 2004년 중국은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9.7%였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30개 성(省)과 시가 내놓은 성장률 평균은 12.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이 가장 낮은 하이난성도 10.3%로 국가 평균보다 높았다. 지방정부들이 실적을 내세우기 위해 통계를 '마사지'했던 것이다.

    통계청이 9월 실업률이 3.0%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만 믿는다면 '완전고용'에 가까운 취업 상황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젊은이들 사이에선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취업 포기를 묶어 '삼포세대'란 말이 유행한다. 그들은 스스로 '취업장수생(長修生)'이라고 자조(自嘲)한다. 지난 몇 년 새 취업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며, 직업훈련조차 받지 않는 30만 젊은이 집단(소위 니트족)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았다.

    ▶정부의 실업률 수치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실업률 산정의 표본집단이 현실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업률을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로 잡고 있다. 취직이 안 돼 어학원 다니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 고시원에 묵고 있는 파트타임 취업자 등 사실상의 실업자 수백만명을 실업자에서 제외했으니 실업률 수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모택동 시절의 중국 농담이다. 북경에 온 닉슨 대통령이 "실업자들이 백악관 앞에서 매일 데모해 골치"라고 했다. 모택동은 "중국에는 실업자가 단 1명도 없다"고 허풍을 떨었다. 한국은 실업률이 3%인데 고용률은 63%밖에 안 된다. 이 통계가 진실이라면 우리나라는 '일하는 사람도 없고 실업자도 없는' 이상한 나라다.

    "보이는 대로 믿지 마라" 통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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