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여중생을 잔인하게 짓밟고, 그들은 무탈하게 살고 있었다

입력 2011.10.10 15:24 | 수정 2011.10.10 16:43

2004년 12월, 인구 10만의 도시 밀양(경상남도)에서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드러났다.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한 여중생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것이다.

우연히 고등학생들과 알게 돼 밀양을 찾은 여중생은 이들에게 구타당한 뒤 성기구까지 동원한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불러서 오지 않으면 인터넷에 사실을 공개하고 학교에 소문을 내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11년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이 사건이 다시 한번 사람들 사이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가니의 배경이 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미성년자를 잔인하게 성폭행했다는 점에서 밀양 사건과 상당히 유사하고,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것 또한 판박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29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현재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피의자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하고, 20명을 소년부로 송치했다. 또 13명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사건은 울산지법이 2005년 4월,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마무리됐다. 피의자들은 소년원에서 보호관찰을 받았고, 지금은 직장인이나 군인·대학생으로 큰 문제 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 A씨의 삶은 참담했다. 당시 무료변론에 나섰던 강지원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여전히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악몽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강 변호사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사건 직후 A씨는 울산을 떠나 극비리에 서울로 옮겼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로 옮겨서도 이들의 삶은 비참했다.

일부 피의자들한테서 받은 합의금은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가 모두 가져갔고, A씨는 이혼한 어머니와 무일푼으로 서울에 왔다. 쉼터에 들어가야 했고, 학교에서는 A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간신히 서울의 한 학교에 입학했지만, 얼마 뒤 피의자의 어머니 한명이 학교에 찾아와 “아들을 선처해 달라”면서 탄원서를 써달라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A씨는 결국 학교를 그만뒀고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강 변호사는 “당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로 여러 번 가출하기도 했다”고 했다. A씨는 여전히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밀양 물 다 흐려놨다”며 A씨에게 충격적인 발언을 했던 경찰의 잘못에 대해 국가로부터 손해배상금을 약간 받은 것이 전부다.

강 변호사는 “도가니 사건도 심각하지만, 밀양 사건의 끔찍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특히 피해 학생이 받은 상처는 상상을 초월하며 아직도 고통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