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봉선화', '성불사의 밤' 등 민족 정서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노래를 작곡한 우리나라 근대음악의 선구자 홍난파(洪蘭坡·1898~1941·사진). 2006년 경기도 화성시는 홍난파의 생가가 있는 화성시 활초동 4만5000여㎡ 부지에 181억여원을 들여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 계획을 세웠다. 자료관과 야외음악당, 공원 등으로 구성된 '고향의 봄 꽃동산'을 조성해 홍난파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며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꽃동산'의 핵심인 자료관 조성에 비상이 걸렸다. 자료관에 전시할 계획이었던 홍난파의 유품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것. 어떻게 된 일일까.
현재 홍난파의 유품 대부분은 단국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다. 홍난파가 생전에 연주하던 바이올린과 대표작들의 악보 등 총 116종 900여점의 유품이 단국대로 기증된 것. 단국대 관계자는 "홍난파의 유품을 누가 언제 기증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1984년 한남동 캠퍼스에 유품을 전시할 때 홍난파 선생의 따님도 참석했었다"고 했다.
단국대는 한남동 캠퍼스 난파기념음악관에 유품을 전시하다가 지난 2007년 경기도 용인의 죽전캠퍼스로 학교를 이전한 후 유품을 따로 전시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화성시는 단국대가 보관하고 있는 900여점의 유품을 넘겨받아 '꽃동산' 자료관을 꾸밀 계획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홍난파의 고향인 화성에 체계적인 자료관을 조성하는 만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유품들을 모아 제대로 된 전시시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고, 단국대 측도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시는 단국대 측이 현재 홍난파 유품을 전시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단국대 측은 "홍난파의 유품을 화성시에 넘겨줄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 단국대 관계자는 "2009년에 화성시가 한 차례 공문을 보내온 바 있지만 거절했다"며 "유품을 기증받아 지금까지 전시·보존을 해 왔고, 죽전캠퍼스에 박물관 증축이 끝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난파의 친척을 비롯한 남양홍씨 종중회도 단국대에 있는 유품을 화성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남양홍씨 종중회 관계자는 "홍난파 선생은 단국대를 빛낸 인물이 아니고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인 만큼 고향인 화성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난파 선생의 딸 정임씨가 단국대 측에 반환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화성시와 남양홍씨 종중회의 주장에 대해 단국대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단국대는 "홍난파의 유족 측에서 반환을 요청한 바도 없고, 남양홍씨 종중회가 홍난파의 유족을 대표할 수도 없다고 본다"고 했다.
화성시는 '꽃동산' 조성사업에 현재까지 모두 65억원의 예산을 집행했으며, 2013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화성시는 2004년 처음 '꽃동산' 조성 계획을 수립했으나, 홍난파 선생의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되자 보류결정을 했다. 시는 여론조사 결과 '난파의 음악적 업적과 친일 행적 모두 자료관에 전시할 경우 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83.7%에 이르자 2006년 다시 사업을 추진했다. 화성시 측은 "자료관 건립 시점이 가시화되면 정식으로 단국대에 유품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