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품팔이 노동하며 툭하면 유치장… '인텔리 야쿠자(지식인 깡패)'가 왔다

조선일보
  • 어수웅 기자
    입력 2011.10.06 03:20

    올해 아쿠타가와 상, 니시무라 겐타의 특이한 이력서
    성범죄자 아버지엔 원한 뿐 소설 소재 돼준 건 고마워
    닮은꼴 밑바닥 인생, 후지사와 세이조 작품 읽고 이 꼴로 살면 되겠나 반성

    신인에게 주는 순수문학상으로 일본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아쿠타가와상의 2011년 수상자 니시무라 겐타(西村賢太·44)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겐타씨는 한국만이 아니라 외국 방문 자체가 처음.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공항 세관을 통과할 때도, 호텔에서도 (마치 범인 조사하듯) 신문(訊問)을 하는 것처럼 대해 조금 불편했다"고 농담을 했다.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작가'를 떠올릴 때 상상하는 외모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오른쪽 눈두덩에는 500원짜리 동전만한 혹이 있고, 콧수염과 턱수염은 얼굴 하관 대부분을 분방하게 덮었다. 올해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도쿄도지사는 수상 직후 그에게 "이제 당신과 나는 똑같이 '인텔리 야쿠자'(지식인 깡패)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학도 문학이지만 이 작가가 관심을 모은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불우한 이력 때문. 아버지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더 이상 진학하지 않았다. 작가는 "아버지에게 남은 감정이라고는 원한뿐"이라면서 "아, 소설의 소재를 제공해준 것은 고맙다"고 표정 없이 말했다. 고정 직업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날품팔이 노동은 서른 넘어까지 이어졌다. 부두 하역 노동, 짐꾼, 주류판매점 배달원, 식당 종업원, 경비원을 전전했다. 폭력으로 경찰서 유치장 신세도 두 번이나 졌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청년 겐타가 삶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일본의 1920년대 사소설(私小說) 작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작품을 만나면서부터. 그는 "나보다 더한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도 문학을 했던 선배 작가를 보면서 '내가 이 꼴로 살아서 되겠는가'라고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했다. 2003년부터 문학동인지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아쿠타가와상을 받기 전까지는 사실상 무명이었다.

    수상작은 '고역 열차'(양억관 옮김·다산책방). 자신의 열아홉 살 시절을 글로 고백하듯 옮긴 것으로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고 한 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그날그날 항만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는 열아홉 살 간타의 서글픈 삶이다. '내가 이 꼴로 살아서 되겠는가'를 느끼게 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문학이다. 아쿠타가와 상의 수상 상금은 3500만엔(약 4억7000만원). 데뷔 8년 만의 '문학적 홈런'이다. 그는 "이제 당분간은 걱정 없이 글만 쓸 수 있게 되었다"면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지만,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힘들고 고된 인생을 열차에 비유한 제목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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