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밤 10시 50분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하마마쓰(浜松)시 앞바다를 고도 1만2500?로 날던 전일본공수(ANA) 737기가 갑자기 약 30초간 1900? 급강하했다. 기수가 35도 지상으로 강하했으며 비행기가 131.7도 뒤집히기도 했다. 거꾸로 뒤집힌 배면(背面) 비행 상태로, 여객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당시 기장이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부조종사가 문을 연다고 손을 댄 것이 옆에 있던 방향타를 작동하는 스위치였다. 급강하하면서 비행기를 부양시키는 양력(揚力)을 잃고 추락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부조종사가 실수를 눈치 채고 기수를 돌리는 바람에 대형참사는 면했다. 이상한 것은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112명이 아무도 부상을 입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행기가 뒤집힌 것 자체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 다만 당시 조리실에 있던 승무원 2명만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롤러코스터 원심력 효과와 우연이 겹쳐
배면 비행으로 몸이 거꾸로 뒤집힌 상태였지만, 승객들이 눈치 채지 못한 것은 롤러코스터 원심력 효과와 기적과 같은 우연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비행기가 롤러코스터처럼 회전하듯 뒤집히면서 급강하, 원심력을 발생시켰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회전할 때 원심력이 좌석 쪽으로 작용, 몸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막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 곤도 노리히로(後藤昇弘) 위원장은 "원심력이 승객들을 좌석에 착 달라붙는 식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요동이나 몸 쏠림 같은 현상이 있었지만, 승객들은 위기로 인식하지 못했다. 항공대 유병선 교수는 "사람의 신체는 비행기가 뇌우 속에서 수직으로 요동칠 때 공포를 느끼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나선형으로 천천히 선회하면서 급강하할 경우, 수직요동보다 덜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착석했던 것도 부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됐다. 비행기가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난 밤이었기 때문에 상당수 승객은 안전벨트를 매고 잠을 자고 있었다. 또 화장실에 갔거나 통로를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통로에 서 있는 승객들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조리실에 서서 작업하던 여성 승무원 2명이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었다.
또 야간이었기 때문에 비행기 밖 상황을 볼 수 없었다는 것도 도움이 됐다. 낮이었다면 창문 밖 풍경으로 비행기가 뒤집어진 것을 눈치 채고, 큰 소리를 쳤다면 승객들이 패닉에 빠졌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3주간 숨겨둔 비행사고
ANA는 사고 이후 당시 승객들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했지만, 두통 등 신체이상을 느낀 사람이 6명에 불과했다. 이것도 배면 비행보다는 비행기가 급하강하면서 지상 중력의 2.6배의 중력이 가해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중력이 가해지면 피가 밑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고 머리가 뻐근한 두통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적극적으로 승무원들에게 원인을 묻거나 항의를 하지 않았다. 항의하지 않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작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ANA는 사고 다음날 비행기록장치(DFDR)의 간이데이터를 분석, 배면 비행 가능성을 파악했지만, 승객들 중에 부상자가 없다는 이유로, 속도에 이상이 있었다는 식으로만 발표했다. 국토교통성이 비행기록장치를 정밀분석한 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3주간 중대한 비행사고가 감춰져 있었다고 일본 현지언론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