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딱정벌레는 바람에 흔들려 까딱까딱하는 갈색 맥주병을 보면 짝짓기를 하려고 올라탄다. 맥주병의 반짝임과 돋을새김이 왕성한 번식력을 가진 자이언트 딱정벌레 암컷의 날개무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딱정벌레는 맥주병과의 격렬한 짝짓기로 빈사상태에 이른다….'
지난달 29일 밤(현지시각)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이그(IG) 노벨상 시상식에서 생물학상을 받은 곤충학자 대릴 그와인(캐나다)·데이비드 렌츠(호주) 교수의 '성(性)선택 진화론에서 수컷 개체가 범하는 오류'에 관한 연구 내용이다.
'없을 것 같은 진짜(Improbable Genuine)'란 의미의 이그노벨상은 10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 직전에 치러지는 미국판 패러디로, 올해 21회를 맞았다.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각 분야 과학자들이 과학적 실증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는 지적(知的) 유희의 잔치다.
올해 화학상은 재난상황에서 대피하지 않고 잠든 이들을 깨우는 데 효과가 있는 와사비(고추냉이)의 적절한 희석 농도를 연구한 일본팀에 돌아갔다. 이 '와사비 알람'은 일본에서 와사비 분사기능을 부착한 화재경보기로 특허까지 받았다. 의학상은 피실험자들에게 물을 잔뜩 먹인 뒤 소변을 참게 한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의사결정을 보통 때보다 더 현명하게, 혹은 더 나쁘게 내릴 수 있는가를 컴퓨터 분석으로 연구한 네덜란드·벨기에·호주 연합팀이 받았다. 평화상은 도심의 골칫거리인 고급차량 불법주차 문제를 장갑차로 깔아뭉개는 일벌백계로 일소한 리투아니아공화국 수도 빌뉴스의 시장에게 수여됐다.
입력 2011.10.01. 03:09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