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기아 한기주

일찌감치 가을야구 체제에 돌입한 KIA 타이거즈가 한기주와 김진우의 재발견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무릎을 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무너진 마운드에 숨통을 불어주기에는 충분했다.

한기주는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로 나서 승리투수가 됐다. 1936일 만에 거둔 선발승이었다.

주로 마무리와 불펜을 오가던 한기주의 선발 등판은 조범현 감독의 구상. 윤석민 외에는 믿을만한 선발이 없는 조 감독은 한기주의 포스트시즌 선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1회부터 마운드에 올렸다.

한기주는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두산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8㎞에 이를 정도로 특유의 스피드는 여전했다. 재활 중 익힌 포크볼은 구종의 다양화를 가져다줬다. 반면 안타를 7개나 내준 것은 숙제로 남았다. 공 끝이 완벽하지 않은데다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과정은 썩 좋지 않았지만 큰 무리 없이 5이닝이나 소화한 한기주는 한 차례 더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이때도 무난한 투구를 선보일 경우 난조에 빠진 트레비스를 대체할 첫 번째 옵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진우의 호투는 더욱 기대 이상이다. 지난 7월 밸런스 붕괴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김진우는 복귀와 동시에 1⅓이닝 3삼진 무실점으로 부활을 알렸다.

김진우는 5-1로 앞선 8회말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이원석을 뜬공으로 잡아냈다. 9회에는 정수빈-임재철-오재원 등 커트 능력이 좋은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위용을 선보였다.

큰 폭으로 낙하하는 커브는 초고교급 선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던 시절을 연상케 했다. 특히 임재철에게 삼진을 잡을 때 던졌던 공은 타자가 몸쪽으로 날아오는 줄 알고 깜짝 놀라 피할 정도였다.

경기 전 "포스트시즌에서 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하던 조 감독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특히 자기 볼을 던졌다는게 만족스럽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실상 4위가 확정돼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가야 하는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다른 팀들보다 많은 투수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선수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반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