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학교의 청각장애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의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해자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에서 최종 실형을 선고받은 교직원은 2명뿐이었고 그들의 형량도 고작 8개월과 6개월이었다. 다른 2명은 범인을 알게 된 지 1년 안에 고소해야 한다는 기한을 넘겼다고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교장을 포함한 또 다른 2명은 2심에서 피해자들이 고소를 취하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판결 당시 성범죄에 대한 법의 규정상 그런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해 친고죄 폐지와 함께 고소기한을 없애고 공소시효(10년)도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부터 시작되도록 법을 고친 게 작년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그동안 장애인과 아동에 대한 성범죄의 심각성과 부도덕성을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이 관성적으로 판결을 내린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적(知的)장애 딸을 장기간 성폭행한 아버지를 "양육하고 돌봐왔다"는 이유로, 조카를 성폭행한 삼촌을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한 사례도 있다.

인화학교처럼 민간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특수학교가 전국에 91개 있고 1만23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친인척과 지인 등 족벌(族閥)체제로 운영되는 상당수 학교의 비리는 심각한 상태다. 그런데도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재단 이사진에 외부의 공익이사 등 참여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어 재단 운영을 객관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인화학교는 설립자의 큰아들이 교장, 작은아들이 행정실장을 맡아 5년 동안이나 학생들을 상습 성폭행했다. 그러면서도 1960년 설립 이래 줄곧 한 해 30억~4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왔다.

'도가니' 파문이 커지자 경찰은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은 이제야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5년 전 인화학교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처럼 잠시 떠들썩하다가 곧 잊혀지고 마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온 국민이 수치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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