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고려대 GCP 주임교수·해병대 정책자문위원

10월 1일로 건군 63돌을 맞는다. 1990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국군의날의 유래나 국군의 기원에 대한 세간 인식이나 관심도 거의 실종됐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광복군 출신 등이 자발적 창군 운동을 전개했으나 1946년 1월 15일 미군정은 이들을 해산하고 '국방경비대'를 창설한다. 이후 '조선경비대'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정부 수립과 함께 1948년 9월 1일 대한민국 국군으로 개편되었다. 이처럼 국군의 역사는 건국 역사와 함께한다.

그런데 현행 국군의날은 '창군일'이 아닌 '북진 기념일'이다. 1950년 9·28 서울 수복 후 이승만 대통령의 단독 북진 명령에 따라, 육군 3사단 23연대가 10월 1일 38선을 돌파한 날인 것이다. 초창기 육군은 조선경비대가 창설된 1946년 1월 15일, 해군은 해방병단 창설일인 1945년 11월 11일, 해병대는 1949년 4월 15일, 공군은 육군에서 독립한 1949년 10월 1일을 각각 기념일로 삼았다. 이후 1956년 9월 국무회의에서 시간과 경비 절감을 이유로 각 군 창설 기념일을 38선 돌파일인 10월 1일로 통합키로 결정, 대통령령으로 선포됐다. 이처럼 '국군의날' 제정은 정통성과 호국 정신 계승이라는 측면보다 3군의 통합성과 기념식의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비해 북한 인민군은 실제 1948년 2월 8일 창설됐음에도 1978년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김일성이 1932년 4월 25일 창설한 항일유격대가 인민군의 유래라며 이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내부의 종북 세력과 '민족의 정통성'을 놓고 포성 없는 담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창군일을 광복 이후로 잡고 있는 우리가 형식적으로 정통성 싸움에서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정신력, 우리 군의 자긍심 약화이다.

이런 점에서 100년 전인 1911년 6월 10일 만주에서 개교한 신흥무관학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흥무관학교는 수많은 독립군 간부를 배출하며 항일무장 투쟁의 최대 거점이었다.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에서 대승한 것도 바로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의 혁혁한 공로 덕분이었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고 같은 어이없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 찾기 운동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