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 전쟁이죠. '콩나물시루'라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 1동에 사는 김정희(29·여)씨의 말이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김씨는 매일 새벽 6시 수도권 광역버스를 타려고 집을 나선다.
"출퇴근 시간만 되면 머리가 아파요. 특히 오전 시간 서울 가는 버스는 항상 만원이에요. 앞문으로 못 타는 사람들이 뒷문으로 올라타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밀지 말라고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죠."
버스가 만원인 상태에서 서울 강남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그동안 승객들은 버스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참을 수밖에 없다.
현재 10만여명의 동탄 주민들이 서울로 이동하는 주 교통수단은 광역버스이다. 경기도 서동탄역 1호선과 수원역을 통한 기차가 있지만, 전철은 총 3번(①호선→④호선→②호선→③호선), 기차는 5번(①호선→수원역→용산역→①호선→⑨호선→③호선)을 갈아타야 한다.
김씨는 "신도시 개발로 점점 정류장에 사람들은 많아지는데, 버스는 그대로"라며 "출퇴근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차량은 65.5% 증가했다고 한다. 차량증가에 맞춰 도는 지난 4년간 국도와 지방도로 36개 노선, 515.4㎞의 도로를 개통했다.
하지만 수도권 주요 고속도로와 국·지방도로의 주행속도는 1998년 시속 40.8km에서 2006년 29.7km로 해마다 느려졌다. 수도권 도로를 누비는 승용차 통행량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교통난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2007년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600만대, 그 중 승용차가 73%로 승용차통행 증가율(15%)이 인구증가율(4%)의 3배를 넘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도권교통혼잡비용은 14조5000억원으로 전국 혼잡비용의 54.4%를 차지한다. 교통부문 에너지소비 현황을 보면 도로가 79%로 절대적이다.
대한교통학회 회장인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고승영 교수는 "현재 수도권 광역화에 따른 1일 생활권이 넓어졌다. 이는 수도권 시민 대부분이 출·퇴근 거리가 멀어지고 통행시간을 많이 소비한다는 것이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광역급행철도"라고 말했다.
광역급행철도는 2개 이상의 도시 내 거점을 연결하여 고속의 서비스(100km/h 이상)로 효율적인 교통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도시철도 또는 철도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기도가 GTX(Great Train eXpress)를 제안해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을 조사 중이다. GTX 노선은 일산~수서(동탄) 구간 46.2㎞, 송도~청량리 구간 48.7㎞, 의정부~금정 구간 45.8㎞ 등 총 3개 노선 140.7㎞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현재 세계 대도시를 보면 프랑스 파리에는 1960년대 건설된 'RER'이란 광역급행 전철이 파리 도심과 외곽지역을 연결한다. 일본의 도쿄는 쾌속, 급행, 준급행, 특급 열차 등이 운영 중이다. 또한 영국의 런던도 도심과 외곽을 동서와 남북으로 잇는 광역철도인 '크로스레일(Crossrail)'을 2017년 개통한다.
고 교수는 "이들 나라는 광역급행전철망을 이미 30년 전에 건설했기 때문에 역간 거리가 짧고,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태다"라며 "반면 GTX는 고속철답게 속도에 초점을 맞춘 상태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GTX의 가장 큰 장점은 평균 100km/h, 최고 200km/h에 이르는 운행속도다. GTX가 개통되면 동탄에서 서울까지 18분, 삼성에서 일산까지 22분이면 도착한다. 또한 GTX 개통은 하루 38만대의 승용차 통행량을 줄이고 하루 88만명의 승객을 철도로 흡수하면서 연간 1조2823억원의 도로부문 에너지와 교통혼잡비용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경기도는 기대했다.
그러나 GTX로 모든 교통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도는 추진 중인 3개 노선 동시착공 외에도 KTX, 지하철, 버스 등과 연계교통문제가 해결돼야 이용객을 확보할 수 있다.
경기도 최민성 GTX과장은 "철도에 날개를 다는 것은 바로 연계교통"이라며 "광역환승제도를 수립해 수도권 주민 모두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국토해양부는 GTX를 '정부고시 민간제안 사업'으로 결정했으며, 기획재정부는 오는 10월 재정사업평가자문회의를 열어 GTX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할지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결정하더라도 착공까지는 앞으로 2년 6개월에서 3년이 필요하다"며 "민간사업자와의 협상과정에서 이견이 있으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토부가 GTX를 정부고시 사업으로 결정한데 대해 경기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정부에 이 사업을 최초 제안한 도는 김 지사의 임기 중인 내년 착공이 우선 목표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민간제안사업으로 추진하면 정부고시 사업보다 21개월이나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며 "수도권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GTX 착공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경기도가 도민의 교통이용 실태 및 인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경기도민 교통이용 행태'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GTX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74.0%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GTX 사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도민 중 77.8%가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해 도민들의 GTX 조기착공에 대한 요구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