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주체섬유'라고 자랑하던 '비날론(Vinalon)'이 북한 주민들에게 외면당한 채 걸레용으로 전락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8일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작년에 함경북도 함흥 ‘2·8 비날론 연합기업소(공장)’를 16년 만에 재가동하며 특별감사문을 발표하고, “2·8 비날론 연합기업소가 현대적인 대화학기지로 전변되어 무섭게 용을 쓰며 일어선 것은 원자탄을 쏜 것과 같은 특대형 사건이며 사회주의의 대승리”라고 선전했다.
비날론은 나일론과 비슷한 일종의 합성섬유로, 북한의 이승기 박사가 1939년 일본 다카츠키(高槻)화학연구소에서 석회석과 무연탄을 원료로 처음 개발했다. 이 합성섬유는 김일성이 연구·개발을 독려하며 북한에서 대대적으로 보급됐으며, 북한에서 비날론은 강철, 비료와 함께 '자체 원료와 자체 기술, 자체 로력'으로 만든 자립적 민족 '3대 공업'으로 선전됐다.
이 같은 비날론을 생산하는 대표적 공장이던 2·8 비날론 연합기업소는 1994년 생산시설 노후화와 연료부족 등의 이유로 멈춰 섰다가 작년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북한이 내세우는 이 합성섬유를 북한 주민들은 고작 걸레나 먼지떨이 등으로 이용하는 등 외면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평양 거주 무역상 김모씨는 “(비날론으로) 옷보다는 걸레나 먼지떨이를 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비날론은 땀 흡수도 잘 안 되고 보온성도 없어 옷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며 “비날론은 또 질겨서 옷을 만들면 노동자 작업복 정도는 만들 수 있지만 한 번만 빨면 인차(금방) 줄어들기 때문에 옷감보다는 걸레감으로 많이 쓴다”고 말했다.
탈북자 전모씨도 “비날론은 물기를 잘 빨아들여 걸레감으로는 최고이지만, 이물질이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문제”라며 “한때 비날론과 나일론을 섞은 혼방직 천이 나왔지만, 이것도 보자기나 자루용으로 적당하지 후들후들 해서 옷감으로는 외면당했다”고 RFA에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또 비날론을 물에 넣고 가열해 풀처럼 만들어 장판이나 벽지를 바를 때 도배용 풀로 쓰기도 한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비날론을 물에 넣고 가열하면 풀처럼 변하는데 접착력이 좋아 장판이나 벽지의 도배용풀로 요긴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대북 전문가들은 비날론이 이 같이 외면받고 있음에도 북한 당국이 2·8 비날론 공장을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재가동한 것은 화폐개혁 후유증과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