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로에 위치한 '중랑캠핑숲'. 캠핑장 안에는 사람들이 텐트를 옆에 두고 가져온 승용차에서 식재료 등을 꺼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모들이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줄넘기를 하거나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해가 떨어지자 텐트 옆 구이판에는 숯으로 익히는 삼겹살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나왔다.
서울시가 작년에 문을 연 '중랑캠핑숲'은 차를 가져와 텐트 옆에 주차해놓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오토캠핑장으로, 캠핑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날도 47면 캠핑사이트가 100% 예약이 됐다. 중랑캠핑숲 관계자는 "차를 가져올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어서 더 인기가 많다"며 "준비물을 지고 다니는 캠핑장보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차로 실어와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사이에 캠핑 인구가 크게 늘면서 시설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중랑캠핑숲의 주말예약은 치열해졌다. 주말은 '예약전쟁'이란 말까지 나온다. 1980~90년대에는 콘도가 유행이었다면 2000년대에는 펜션을 거쳐, 최근에는 캠핑이 붐을 타고 있다. 중랑캠핑숲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주)아우토반디자인하우스의 장용석 이사는 "아파트로 둘러싸인 각박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연을 더 많이 갈구하게 됐다"며 "현재 국내 캠핑인구를 4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산이나 낚시는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기는 데 한계가 있지만 캠핑은 가족이 함께 즐기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캠핑은 TV나 컴퓨터 사용이 쉽지 않아 가족끼리 산책을 하거나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랑캠핑숲은 탁 트인 자연에서 가족만의 오붓한 공간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공간이 오밀조밀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샤워장 등을 갖추고 있다. 캠핑이 처음인 사람은 돈을 내고 텐트를 빌릴 수 있고, 텐트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것을 사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중랑캠핑숲을 찾은 이승희(42·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여름휴가 때 펜션을 구하지 못해 서해안에서 텐트를 치고 지냈는데 기억이 많이 남았다"며 "그때부터 캠핑의 맛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펜션에서 묵을 때보다 자연에 더 가깝게 있을 수 있어 좋다"며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호동(38·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친구 권유로 처음 캠핑장에 와봤다"며 "맞벌이 부부여서 대화할 시간이 없는 편인데 캠핑을 하니까 대화 시간이 많아 좋다"고 했다.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에 취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밤 10시가 되기 전에 잘 준비를 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캠핑장은 중랑캠핑숲 외에도 상암동의 노을캠핑장·상암동의 한강 난지캠핑장·길동의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과천 서울대공원 자연캠프장이 있다. 난지캠핑장은 서울시내 최대 규모로, 도심에서 가까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와서 즐긴다. 노을공원 캠핑장은 잔디밭과 자연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푸른수목원 캠핑장 운영을 시작하며, 장기적으로 서울시가 소유한 고양시 북한산 사기막골에도 캠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시민들이 도심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캠핑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며 "예약전쟁을 해소시키기 위해 캠핑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캠핑장 예약은 캠핑장 별로 예약 사이트가 있지만, 서울시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go.kr)에 들어가면 예약사이트가 한 곳에 연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