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찰리우드' 시대… 美 영화서 중국인 악당 사라졌다

조선일보
입력 2011.09.27 03:05

영화도 '차이나 파워' - 中시장 1년새 64% 폭발 성장, 5년내 美 이어 세계 2위 예고
중국 눈치보는 할리우드 - 중국인 악당, 북한으로 교체… 중국계 배우들 캐스팅 1순위
中, 외화 개봉 1년 20편 제한 - 규제 피하려 너도나도 합작, 중국은 감독 등 전문가 수입
한국영화 中점유율 0.5% - 한·중 합작 '안중근' 내년 촬영… 정서 공감대 이용해 공략해야

'찰리우드(Chollywood·중국 영화 산업)'.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9월호가 '중국의 피어나는(blooming) 영화 산업'을 소개하는 기사를 다루면서 단 제목이다.

미국의 할리우드, 인도의 발리우드(Bollywood)에 이어 중국의 '찰리우드'가 세계 영화 산업의 신(新)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영화계의 최강자 할리우드를 비롯해 각국 영화사와 영화인들은 중국과 파트너 관계를 맺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영화를 만들면서 중국 눈치를 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영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등 외국 감독과 스태프를 통째로 수입하고 있다.

다 만든 영화까지 뒤집기

최근 세계 영화계의 가장 큰 화제는 8월 한 달 동안 미·중 영화사가 연달아 3건의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먼저 '인셉션', '행오버' 시리즈 등의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중국의 화이브러더스 미디어 코퍼레이션, 홍콩의 건설회사 폴 와이 엔지니어링과 함께 2억2050만달러(약 2646억원) 규모의 조인트 벤처 '레전더리 이스트'를 세웠다. '카우보이 앤 에이리언'의 제작사 렐러티버티 미디어는 중국의 화지아 영화 배급사, 스카이랜드의 영화 텔레비전 지부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의 미디어 복합 기업인 DMG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작할 3억달러(약 3300억원)짜리 영화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할리우드는 영화 시장 '최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다 만들어놓은 영화 내용을 바꾸기도 했다. MGM은 최근 '레드던'이란 영화를 찍어놓고 편집 단계에서 당초 중국으로 설정했던 악당들 국적을 북한으로 바꿨다. 컴퓨터그래픽으로 국기 모양을 바꾸고, 대사도 북한말로 다시 더빙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타임지가 얼마 전 "할리우드는 이제 더 이상 티베트 독립문제와 관련된 '티벳에서의 7년'처럼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쓴 게 과장이 아니다.

중화권 배우들도 덩달아 할리우드의 캐스팅 1순위에 올랐다. "'그린호넷' 같은 액션영화를 만들면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만 가수 주걸륜을 주연급으로 캐스팅하는 등 중국인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타임)는 것이다. 미국 엔드게임엔터테인먼트와 DMG가 합작하는 '루퍼'의 시나리오 배경은 프랑스에서 중국으로 바뀌었고, 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중국 여배우 쉬칭(許晴)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중국의 최대 영화사 차이나필름그룹과 미국의 소니컬럼비아는 84년작 '베스트키드'를 리메이크하면서 캘리포니아의 일본인 가라테 선생을 베이징의 중국인 쿵후 스승으로 바꿨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미국은 살려고, 중국은 강해지려고

전문가들은 "할리우드는 생존을 위해, 중국은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영화(박스오피스) 매출은 약 15억달러로 그 전해에 비해 63.9%나 늘었다. 2003~2007년 5년간의 박스오피스 매출 평균 증가율을 보면 미국은 1%, 일본은 1.9%인 데 비해 중국은 37.1%나 된다. 중국의 영화관 스크린 수도 2002년 1800개에서 최근 7200개로 3배 늘었다. 애틀랜틱지는 5년 내 중국이 미국에 이어 전 세계 박스오피스 매출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22일 "중국과 할리우드의 협력이 급증하는 이유는 중국이 영화에 쏟아부을 돈은 많은데 아직 좋은 영화를 만들 만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CNN도 최근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한국인 감독으로는 최초로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에게 대작 영화 '양귀비' 연출을 맡긴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곽 감독은 한국인 스태프 30여명과 함께 중국으로 떠났다. 한·중 합작 영화 '안중근'도 내년에 촬영에 들어간다.

한국도 찰리우드 공략 적극 나서야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영화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극장 수입 기준으로 전체의 0.5~0.7%, 수입 영화 중에선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찰리우드 시대 개막에 한국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해 20편의 외화 수입만 허가하는 중국 정부의 규제를 뚫기 위해 중국 영화사들과 제작 제휴, 영화관 수출 등 공략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CGV가 총 8개관에 57개 스크린을, 롯데시네마가 2개관에 18개 스크린을 중국에서 운영 중이다.

문철우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인기 한류 배우가 여럿 있고 서구 영화와는 다른 동아시아적 정서 공감대가 있다"며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 찰리우드(Chollywood)

중국(China)과 할리우드(Hollywood)를 합친 신조어로 미국 언론들이 중국 영화산업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중국이 할리우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세계 영화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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