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엄마가 책 읽는 가족을 만들더라"

입력 2011.09.26 03:09

앞으로는 초·중·고교 국어 수업의 읽기 단원뿐 아니라 사회·과학·미술 등 다른 교과에서도 독서활동이 강화된다. 특히, 국어 교과 읽기 단원은 실제 책을 읽고·쓰고·말하는 실천중심의 독서활동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학생들을 도울 교사와 학부모의 지원도 늘려 내년부터 학부모 독서토론동아리, 자녀 독서지도법 연수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를 운영하는 선배 엄마들은 "책을 통해 자아를 찾고 행복해지니 가족들도 변하더라. 책 읽는 엄마는 책 읽는 가족을 만든다"며 학부모 독서토론의 장점을 꼽았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 이렇게 만들어보자.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 혜윰나래 회원들(왼쪽)과 시나브로 동아리 회원들.
/염동우 기자 ydw@chosun.com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 혜윰나래 회원들(왼쪽)과 시나브로 동아리 회원들. /염동우 기자 ydw@chosun.com

[4년차 베테랑 선배맘]

"일정한 장소, 모임을 이끄는 리더의 존재 중요"

봉원중학교(서울 관악구)에는 2개의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다. 선배 격인 혜윰나래는 올해로 4년째 접어드는 베테랑 동아리다. 이제는 졸업생 자녀를 둔 경우가 대다수지만, 격주 1회 모임을 고수하고 있다.

모임의 리더인 호경환 회장은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모임을 통해 아이들 성적에 대한 이야기나 학교 정보 등을 얻으려는 의도로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를 만들 때 가장 고민되는 점은 장소다. 정예경씨는 "졸업생 엄마들임에도 4년째 모임을 이어온 가장 큰 요인은 학교라는 일정한 장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학교를 활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토론전용 카페나 아파트 단지 내 동아리방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모임을 이끄는 리더. 혜윰나래 회원들은 "책을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문자 등 모임에 관련된 정보를 주고, 책과 관련된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 주는 사람의 역할이 동아리를 활성화시킨다"고 했다. 혜윰나래 회원들 주변에도 학부모 독서토론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윤순남씨는 "독서토론 모임을 갖고자 하는 엄마들의 열망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책을 잡지만 혼자 하다 보면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그에 비해 모임은 회원들과의 약속이자 자신과의 약속이다. 용기를 내서 주변 엄마들과 소규모라도 좋으니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천도서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쉽고 재밌는 책부터 시작했지만, 요즘은 사회 이슈와 연관된 도서도 많이 읽는다.

이경희씨는 "사회비판 도서를 싫어했지만 모임을 통해 다방면의 책을 두루 읽는 법을 알게 됐다. 또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 아이에게 잔소리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다. 진선미씨는 "학교에서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이면 늘 첫 줄에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하십니다'라고 쓰던 아이가 '우리 엄마는 엄마 전용 책꽂이가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고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즐기십니다'로 바꿨다. 책 읽는 모습 자체가 맹모삼천지교가 된 셈"이라고 전했다.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끼리, 쉬운 책부터 시작"

혜윰나래의 후배 격인 시나브로는 올 3월부터 시작한 신생 동아리다. 김미희 회장은 "시나브로를 통해 책을 읽고 정보를 얻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와 함께 읽어볼 책을 미리 읽어보며 깊이 있는 독서활동의 기틀을 닦게 됐다"고 했다. 혜윰나래와 마찬가지로 격주 1회 모임을 갖고 있으며 워킹맘들도 참여하고 있다. 정현숙씨는 "밤늦게 끝나는 워킹맘들은 주말이나 오후 시간을 정해 모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횟수보다 꾸준히 만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혼자 책을 읽고 아이와 독서토론을 해봤지만, 생각의 폭이 좁아 답답했다는 엄마들도 많았다. 한주연씨는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다른 엄마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15번을 읽은 것 같은 효과가 느껴진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놓친 부분이나 책 속의 숨은 뜻을 알게 됐다. 또 엄마가 읽은 책을 집에 두면 아이나 아빠가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한다. 가족 중 한 명만 독서를 생활화해도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백화현 국어 교사는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를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가정독서모임을 추천한다. 아이와 아이 친구, 이웃엄마 등 주변인들과 함께 팀을 구성해 쉬운 책부터 시작하면 된다. 모임은 의무감을 갖게 하기 때문에 혼자 할 때보다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이 교육 때문에 시작했던 엄마들도 지금은 나를 위해 책을 읽는다. 입시·스펙을 위한 독서가 아닌 나를 위한 독서는 스트레스 없이 가족 모두를 독서하게 만드는 방법이 된다"고 했다.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 이렇게 만들어요]

① 일정한 장소를 정하세요.
② 반드시 정해진 날짜와 시간을 준수하세요. 시간 준수는 모임자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③ 자녀의 수준에 맞는 책부터 시작해 좋아하는 책의 순서로 시작하세요.
④ 정해진 책은 끝까지 읽으세요.
⑤ 나와 생각이 다른 이의 발언이라도 끝까지 듣고 의견을 주고받으세요.
⑥ 소극적인 엄마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초보 위한 도서 선택 노하우]

① 내 아이가 읽는 책,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부터 시작하세요. 쉽게 읽을 수 있고 아이와 대화할 재료가 생깁니다.
② 자녀교육 도서를 읽어보세요. 다른 엄마들과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잘못된 양육법을 고칠 기회가 됩니다.
③ 책, 독서에 관련된 책을 읽으세요. 책을 읽는 감각을 키우고 어떻게 읽는지, 어떻게 이해하는지 책과 가까워지는 법을 알게 됩니다.
④ 아이의 심리에 대한 책을 읽어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엄마들의 행동, 말에 상처를 받습니다. 사춘기로 끊임없이 대립하는 내 아이를 이해하고 다른 엄마들과 함께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이 됩니다.

도움말=백화현 봉원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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