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팔아 번 돈 문화재에 쏟아붓고선… 국보·보물 26건 국가에 내놓고 떠나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11.09.23 03:11 | 수정 2011.09.23 14:22

    출처=조선일보DB

    문화재 수집가로도 잘 알려진 송성문씨는 2003년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국보 4건과 보물 22건 등의 유물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기증 문화재 중 국보 271호인 초조본현양성교론(初雕本顯揚聖敎論)은 1992년 국보 지정 당시 전문가들이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대장경'이라며 흥분했던 자료다. 송씨가 기증한 대보적경(大寶積經·국보 246호) 등 다른 국보 3건과 함께 국내에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으로, 고려 현종대(1009~1031)에 불력(佛力)으로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판각한 세계 두 번째의 한역(漢譯) 대장경이었다. 이 밖에 사경(寫經)과 세종대왕 왕지(王旨), 한석봉 서첩(書帖), 조선 숙종대의 기해기사계첩,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동해일출도' 등도 큰 관심을 모았다.

    송씨는 1960년대부터 문화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귀중한 고(古)인쇄 자료가 민가의 초배지로 발라지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을 뒤지며 인쇄문화에 관련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모았고, 1980년대에는 한 점에 거의 집 한 채 값을 들여 사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영어책을 팔아 번 돈을 거의 다 문화재에 쏟아붓고는 버스만 타고 다닐 정도로 검소하게 생활하신다"고 했다. 박물관 기증 이유에 대해서 송씨는 훗날 "그때 암 판정을 받았고, 더 이상 책을 제대로 보살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일이 되면 고향 정주에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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