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광희동 S모텔 주인 조모(64)씨는 최근 러시아어 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곳은 하루 숙박요금이 5만원인 모텔로, 3년 전부터 러시아 의류 도매상과 관광객 80여명으로 붐비고 있다. 조씨는 "이 주변에는 호텔뿐 아니라 모텔까지 이렇게 외국인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주 고객인 한류(韓流) 전문 여행사 루크코리아투어는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20억8000여만원에서 올해 62억8000여만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차명석(67) 대표는 "서울을 재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많아지는데, 숙박업소가 부족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재방문하는 관광객의 70%는 1박에 15만원 정도 하는 호텔을 원하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다.
차 대표는 "처음 온 관광객은 대개 특급호텔을 찾지만, 한번 와 본 관광객은 서울의 치안이 안전하다는 걸 알고 중저가 호텔에 묵어 숙박비를 아끼는 대신 관광이나 쇼핑에 더 돈을 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일본보다 한국을 찾는 동남아·중국인 관광객까지 겹쳐 숙박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의 호텔은 140개, 객실 수로 따지면 2만4308실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2012년 외래관광객이 105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지만, 객실 수는 여전히 2만7451실 이상 모자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저가 숙소에 갔다가 특유의 '모텔 문화'에 놀라거나, 경기도까지 가서 묵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서울 관광호텔의 사업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호텔 건립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관계자는 "작년부터는 '서울 호텔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건축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5월 말 지원방안을 마련해 기존 건축물의 호텔 전환을 돕고, 용적률을 완화해주거나 관광호텔 재산세 감면기간을 연장해 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강남구 테헤란로에 들어설 관광호텔 용적률을 789%에서 819%로 높이고, 높이를 19층에서 21층으로 완화했다.
서울에는 현재 16개 자치구에서 32개의 호텔이 지어지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 주차장 부지에는 메리어트 호텔 계열 중 가장 고급 호텔인 'JW메리어트'가 중국·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해 들어서고,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는 고급 호텔인 '콘래드 서울 호텔'이 들어선다.
송파구 잠실의 '롯데수퍼타워'에도 25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이 생긴다. 지난 16일에는 구로구 신도림동에 벤처기업과 여의도 금융권 방문객을 끌기 위한 서남권 최초 특급 호텔인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이 문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급호텔은 그동안 국내 상위층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해왔지만 명동·강남역 부근 중저가 호텔이 호황을 이루자 외국인 고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지역에 모두 27개의 호텔이 있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중구는 지난해 12월부터 5건의 관광호텔 사업승인을 내줬다. 중구청 관계자는 "세종호텔 옆 청방빌딩, 명동밀리오레 건물에도 호텔이 들어선다"며 "최근 세종, 이비스 앰버서더 명동, 사보이 호텔 등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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