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

주한 미국대사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8월 13일 국내 4개 신문사 논설위원과의 오찬에서 비공개로 했던 발언록까지 입수해서 청와대의 동향을 분석했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공개된 2006년 8월 19일자 주한 미국대사관발(發) 외교 전문은 당시 청와대가 공개하지 않았던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발언록 입수 경위에 대해 이 전문은 "비공개 오찬에 참석한 한 언론사 논설위원이 우리측에 발언록을 건네줬다"고 했다. 당시 비공개 오찬에 참석한 논설위원들은 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한국일보 소속이었다.

전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우리가 한국군의 군사력을 증강하려 노력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 대한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라며 북핵문제에 대해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이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상하게도 난 부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날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자산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경우는 인도의 경우와 비슷하다"면서 "왜 (북한은 안 됐는데) 인도는 핵무기 보유가 (미국에 의해) 허용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하고 국방부를 처음 방문했을 때 국방부 관리들이 날 조롱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들이 남북한의 단순 군사력을 비교하는 걸 들었을 때 이 사람들이 나를 국방부를 방문한 일반인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한 미대사관은 이 전문에서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한·미동맹, 북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다"며 "특히 한국군이 북한보다는 일본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 대통령이 공공연히 시인한 점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비판적으로 재구성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