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바람은 MB정치가 불러온 것

조선일보
입력 2011.09.09 23:03

이명박 대통령은 KBS와 가진 생방송 좌담회에서 "이번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모습을 보면서 '아!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욕구가 안 교수를 통해 나온 게 아니겠느냐"며 "이것을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자신의 정치 활동 동기(動機)의 하나로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는 걸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물러나고 서울시장 후보로 진보 좌파 진영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를 대신 밀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정권과 안 교수가 응징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이 지난해부터 선거란 선거에서 모조리 패배하고 급기야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안철수 바람까지 불러온 가장 큰 배경이 이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란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 집권 후 친이 친박으로 갈라져 파벌싸움에만 골몰하는 바람에 세종시·동남권 신공항 같은 대형 국책사업들에 대해 제대로 당론(黨論)을 정하지 못하거나 당론을 정했어도 소속 의원들이 파벌 이해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 당론을 무시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내보였다. 대통령을 만든 세력은 당내 경쟁의 패자를 끌어안기는커녕 정권 출범 두 달 후 공천 과정에서 친박 계열을 무더기로 몰아내 집권 기간 내내를 파벌정치로 시종(始終)하는 씨앗을 뿌렸다.

야당이 무상급식을 들고나온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1년 넘게 나라 전체가 복지 논란에 휘말려 있는데도 이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듬으면서도 우리 경제발전 단계에 적정한 복지모델을 찾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한 적이 없다. 복지정책을 앞서 실시했던 여러 나라가 자기 현실에 맞는 적정 복지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남의 나라 청사진을 베껴 쓰다 국가 부도 사태에 몰리고 세계 경제가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위에 걸려 있는데도 그걸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한 적도 없다.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 특히 지역정서에 기반을 둔 지역연고주의 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바람으로 한나라당이 가장 흔들리는 곳이 부산 경남이라고 한다. 인사에서 느끼는 소외감도 큰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던 곳의 민심조차 이 지경이라면 그보다 더한 지역에선 지금 무슨 말이 오고 가고 있겠는가. 첫 내각 출범 시 '고소영' '강부자' 소리를 들었던 이 정부 인사는 잠시 세간의 비판에 신경을 쓰는 듯하더니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출범 때보다 더한 연고주의와 대선캠프 사람들 챙기기로 흘러가 버렸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대통령의 "올 것이 왔다"는 말을 들으며 5·16 쿠데타 소식을 듣고 당시의 윤보선 대통령이 했다는 같은 말을 떠올렸을 것이다. 민주당 신·구파가 나랏일보다 정쟁에만 골몰하다 군인들의 쿠데타를 불러왔는데도 그런 사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인 구파의 영수(領袖)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해서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대통령은 요즘 한나라당이 겪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는 입장에 있다. 대통령은 지난 4년의 정치가 무엇이 잘못됐길래 여기까지 흘러왔는가를 되돌아보고 남은 1년만이라도 안으론 계파를 허물고 밖으론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疏通)하는 정치에 온몸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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