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5월 방북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좌)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우)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일 공개한 2008년 11월 13일자 주한 미대사관의 전문에 따르면 북한 김정일은 2002년 5월 방북한 박근혜한나라당 대표에게 "우리 둘 다 위대한 지도자의 자녀들이니, 선친들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김정일이 2002년 나눴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일은 박 전 대표에게 "선친들(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이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를 위한 맹세를 담아 서명한 7·4공동성명을 이행하길 원한다"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박 전 대표가 김정일에게 국군포로, 이산가족, 금강산 댐 사업 등 논의돼야 할 의제 목록을 건네자, 김은 "이런 의제들에서 두 나라가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이 북한 경제에 대해 매우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고, 중국 상하이 푸동에서 목격한 경제 발전에 놀란 것 같았다"며 "그래서 내가 김 위원장에게 '북한 경제를 위한 최선의 길은 북한이 (중국과 같이) 신뢰할 만한 나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스티븐스 대사에게 "2002년 7월 경제개방을 선언한 김 위원장은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것 같이 보였다"며 "그러나 그해 가을 북핵 개발 프로그램이 밝혀지면서 경제개방 기회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세계를 벌벌 떨게 만드는 '위키리크스의 폭로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