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자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서울시장은 국회의원과는 달리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많다"며 "결심이 서면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범(汎)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변호사도 이번주 중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6일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도 안 남았지만 여·야를 각각 대표하는 한나라당민주당은 후보 윤곽은 물론 어떻게 후보를 선출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황식 총리 차출을 검토하다가 김 총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역시 당사자 의사와 관계없이 IT신화의 주인공인 대기업 CEO 출신들을 영입하는 방안을 궁리 중이다. 민주당에선 몇몇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이지만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한 한명숙 전 총리의 재출마 여부가 결정적 변수여서 한 전 총리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당 후보를 먼저 정한 뒤 박원순 변호사를 비롯한 범야권 후보들과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당 소속 현역 정치인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당 밖 명망가를 모셔올 수 있을지, 명망가가 혹시 상대 당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에만 정신이 쏠려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현역 정치인들도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던 쟁쟁한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에 새 피로 영입돼 금배지를 달고 몇 년만 여의도 물이 들면 그렇고 그런 정치인 취급을 받게 된다. 그래서 큰 선거가 돌아올 때마다 여·야 정당은 당 밖에서 새 인물을 찾는다고 목을 뺀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여·야 대표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각각 30%가량씩 되고 무당파(無黨派)가 40% 안팎으로 나오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느냐를 묻는 최근 조사에선 '한나라당'이 24%, '민주당'이 23%인 반면 '모르겠다'가 53%였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무당파가 급증하면 정치권과 상반되는 이미지를 지닌 사람들이 갑자기 주목받게 된다.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정치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다. 정당정치가 약화되고 이미지 정치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면서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진 사례가 세계 정치사 속에서 수없이 많다. 여·야 정당들은 서울시장 선거에 이기기 위해 밖에서 후보를 찾는 일 못지않게, 서울시장 후보 하나 스스로 낼 능력이 없는 자신들의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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