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

"자기 나라와 국민 잘 지키겠다고 국방 시설을 만들려고 하는데 못 하게 하다니…. 여기가 도대체 어느 나라입니까?"

1990년대 중반 제주 해군기지 추진 초기 단계에서 해군 수뇌를 지낸 안병태(72) 전 해군참모총장은 2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해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전 총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사태 초기에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해야 했다"며 정부의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일부 주민과 외부 세력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잘 지키기 위해 만드는 기지인데 이것을 못 하게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창피한 일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그리고 정부도 초기에 공권력을 투입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했는데, 과연 정부가 그런 의지와 능력, 상황 판단 능력을 갖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대응도 한심하다."

―제주 해군기지가 왜 필요한가.

"제주 남방 해로(海路)는 구미(歐美) 해로, 유럽 해로, 중동 해로 등의 중간에 있는 전략 요충지다. 이런 해로를 보호하는 데 제주 기지는 기막힌 위치다. 이지스함과 독도함 등으로 구성된 기동전대를 제주도에 배치하면 우리가 이 해로에 대한 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왜 해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가.

"제주도 남쪽에서 남지나해로 이어지는 해로가 봉쇄돼 1주일 이상 원유 등 전략물자가 못 들어오면 우리는 고사(枯死)한다. 우리나라 전략물자 중 원유의 99.8%, 곡물 및 원자재 100%가 이 해로를 통해 이동한다. 또 제주 남방 해역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해저 자원 230여종이 매장돼 있는 자원의 보고(寶庫)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우리 생명줄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일부 세력이 그걸 못 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오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가로막은 가운데 인부들이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제주기지가 완공되면 미 항모가 기항하고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중국을 자극한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은 패배주의적이며 사대(事大)적인 발상이다. 항구는 원래 만들어놓으면 복합적인 용도로 쓰게 돼있다. 또 앞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 문제가 한·중·일 간에 이슈가 될 것이다. 중국은 수시로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이어도와 미해결된 EEZ 경계 획정 문제를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항공모함을 어디에 배치하면 특정 해역에 힘을 미치듯이 우리가 해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제주기지가 필요하다. 중국 눈치를 봐서 제주기지를 안 만들면 EEZ 관련한 국익을 중국에 넘겨줄지 모른다."

―앞으로 정부와 군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지금도 공사가 상당히 늦어졌는데 이른 시일 내 해군기지를 잘 만들어 미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서 외부 세력의 개입을 조기에 차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이 지경에 이르게 돼 안타깝다."

―제주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 하와이 진주만 기지를 보라. 해군기지 때문에 관광에 차질이 생기는가?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 강정마을 기지가 건설되면 제주 도민에게 여러 혜택이 주어지고, 안보에도 도움되는데 일부 주민이 왜 외부 세력 얘기를 듣고 반대하는지 안타깝다. 안전·소득·교육·사회간접자본 등 제주도에 돌아올 이익을 스스로 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키워드] 제주 강정마을|이지스함 기동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