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는 허위이나, 고의성은 없어 보여"

입력 2011.09.02 19:15 | 수정 2011.09.03 01:23

[大法, 'PD수첩 광우병 보도' 명예훼손 무죄 이유 밝혀]
"촛불시위 등 국가혼란 야기에 제작진 숨은 의도 간과" 비판도
검찰 "작가 이메일 무시 유감", PD수첩측 "비열한 정치 사건"

대법원 2부(재판장 이상훈)는 2008년 이른바 '광우병 보도'를 통해 정운천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능희 PD 등 5명에 대한 형사 상고심에서 보도 내용 가운데 3가지 대목이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도 이날 PD수첩의 정정·반론보도 책임을 따진 민사 상고심에서 당초 5가지 대목에 대해 정정·반론보도를 하라고 했던 2심을 깨고, 3가지만 정정보도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허위사실·정정보도 확정된 3가지

허위사실이 확정된 대목은 ①'다우너 소'(주저앉은 소)의 광우병 위험 ②미국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 ③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에 관한 보도다.

PD수첩은 2008년 4월 말 광우병 보도에서 미국의 도축장 인부들이 주저앉은 소를 억지로 일으키는 동영상을 방영한 뒤, 진행자인 송일준 PD가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기 전 모습도 충격적"이라고 말해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 걸린 소인 것처럼 말했다. 이 부분은 PD수첩 스스로 정정보도를 했다.

PD수첩은 크로이펠트 야곱병이라는 희귀병으로 사망한 미국여성 아레사 빈슨씨의 모친을 인터뷰하면서 사인(死因)이 인간 광우병인 것처럼 보도했고, 이 역시 후속보도에서 정정했다. 대법원은 두 가지 모두 '허위사실 적시'라고 판단하면서, 이미 정정보도가 이뤄졌기 때문에 다시 정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PD수첩이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한국인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나 된다'고 보도한 부분은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정정이 부족했다며 다시 정정보도 하라고 밝혔다. PD수첩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2008년 7월 '부정확한 표현'이었다는 보도를 내보냈으나, 대법원은 "진실에 반(反)하는 보도로 인한 객관적인 피해상태가 회복될 정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형사와 민사 2심 결론이 갈렸던 우리정부의 협상태도나 대응조치에 관한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의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며 허위사실 적시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대법 "공공성·사회성 지닌 사안에 대한 보도는 면책"

대법원이 PD수첩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도 형사책임을 면제한 이유는 ▲보도내용이 정부 정책에 대한 것이고 ▲정운천 전 장관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광우병 보도가 "정부정책에 관한 여론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고, 고의적으로 팩트를 왜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PD수첩이 야기한 국가·사회적 부작용과 제작진의 숨은 의도를 대법원이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008년 서울 한복판이 불법 촛불시위대에 점령되는 상황에 이른 데는 PD수첩의 허위보도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광우병 보도 때 번역가로 참여했고, 번역 오류 문제를 제기해왔던 정지민(29)씨는 "제작진이 법정에서 위증까지 했는데, 대법원이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식으로 판결해서야 되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필(feel) 꽂혀서 방송했다"는 내용의 PD수첩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등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무시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진보성향' 대법원장의 마지막 판결?

이번 판결은 이달 말 퇴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원 재판(전원합의체)에 참여한 마지막 사건이다. 6년 임기의 새 대법원장 후보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양승태 전 대법관이 지명되면서 법원의 권력교체와 이념적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원에선 "후임 대법원장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 결론을 낸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한편 정운천 전 장관은 "미국도 한국도 광우병 걸린 사람은커녕 소도 한 마리 없다"며 "PD수첩 보도의 문제는 국민들이 이미 더 확실히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보도 책임자였던 조능희 PD는 "처음부터 유죄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비열한 정치사건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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